'노조 운영비 원조 금지' 헌법불합치에 재심 청구…대법 '기각' 왜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 소송 일부 승소…확정 후 '헌법불합치'
개선 입법에 소급 규정 없어 "효력 상실 소급되지 않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6.6.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동)이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낸 재심 청구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 효과가 인정되는 형벌 조항이 아니고, 개선 입법 과정에서 소급 적용 규정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금속노조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을 상대로 낸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천안지청은 2010년 9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금속노조 단체협약 조항이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된다며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다. 충남지노위는 그해 10월 이를 의결했고, 천안지청은 11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쟁점이 된 조항들은 △유일 교섭단체 조항 △해고자 조합원 자격 조항 △전임자 처우 조항 △비전임자 처우 조항 △시설·편의 제공 조항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조항 △산모 휴가 조항 △육아휴직 조항 등이었다.

금속노조는 이 조항들이 노조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해고자 조합원 자격 조항 △전임자 및 비전임자 처우 조항 △시설·편의 제공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16년 3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확정됐다.

그런데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운영비 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한 구 노동조합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개선 입법은 개정 시한인 2019년 12월 31일을 넘겨 이루어졌고 개정 조항의 소급 적용에 대한 경과규정은 부칙에 따로 두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 관련 소송사건이 확정됐다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경우 소급 효과를 인정해 왔다.

금속노조는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이 형벌 조항이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에 의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 31조 3항과 결합된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노동조합법상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조항으로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구 노동조합법 31조 3항은 행정관청의 처분인 시정명령에 대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개정 시한이 지남으로써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됐다면 그 효과는 장래를 향해서만 미친다'는 과거 판례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개정 시한이 지난 후 개선 입법이 이루어졌으나 소급효를 규정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 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정한 개정 시한까지는 종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해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