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이라 유죄? 명품백 불기소 떳떳한가[법조팀장의 사견]

조국 "자녀 장학금 받으면 모두 처벌"…부적절 금품 이유 유죄
조국처럼 전방위 수사했다면?…정부 여당 기세등등할 때 아냐

편집자주 ...사견(私見)이란 개인적 생각을 뜻합니다.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눠 보려 합니다. 사견(邪見)은 지양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추석맞이 팔도장터를 깜짝 방문해 반려견 써니를 쓰다듬으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9.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검찰이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17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무혐의 처분하면서 검찰이 '김건희 로펌'이냐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두 사건 중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영부인이 부적절한 명품가방을 수수하고 그 영상이 그대로 카메라에 찍혔다는 사실만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깊게 파고들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법리적 복잡함 속에 숨어 '아전인수'를 하고 있는 정부·여당, 그리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오해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조국의 오해, '딸 장학금 수수' 이유로 유죄 나온 거 아냐

조 대표는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관련 가장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왜냐면 딸이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교수에게서 장학금을 수수했다는 이유로 본인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조 대표는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김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하자 "여사 권익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 해석에 따르면 "공직자, 언론인, 교사 등의 자녀 중 독립생계 상태가 아닌 자녀가 장학금을 받으면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는 마음 놓고 명품백을 받아도 되고, 딸이 장학금을 받으면 안된다고 권익위 결정을 비꼬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부모가 공직자라는 이유로 딸이 장학금을 받으면 처벌이 된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 대표는 왜 처벌을 받은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조민 씨에게 지급된 장학금이 사실상 장학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본인과, 가족 중에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만 금지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경우 본인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딸이 금품을 받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금품 수수는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상급자가 위로·격려·포상조로 지급되는 돈, 경조사비 등입니다. 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청탁금지법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장학금도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4.3.2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그런데 법원은 조민 씨의 장학금을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 이유는 △노 모 교수가 특정 학생을 장학금 수혜자로 지정하지 않은 채 인원 지정 방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조민 씨만 6회 연속으로 수혜자로 특정해 지급한 점 △조민 씨에게 입단속을 시킨 점 △학교 측 문제제기에도 계속 장학금을 지급한 점 △재단의 장학금 재원이 떨어지자 개인 자금으로 지급한 점 등을 볼 때 장학금은 조 대표에게 돈을 건네기 위한 명목에 불과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노 교수가 사회적으로 저명한 조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조 대표도 민정수석 임명된 이후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장학금 지급 중단을 요청하거나 수령을 거절하지 않은 채 장학금 명목으로 조민을 통해 제공된 돈'을 계속 수수했다고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공직자의 자녀가 장학금을 받으면 모두 처벌된다'는 조 대표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조 대표는 딸이 장학금을 받았다고 처벌된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금품임을 알면서도 수수해 본인이 금전적 이득을 받기 때문에 유죄가 나온 것입니다. 장학금은 죄가 없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7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정부·여당 "당연한 귀결"…떳떳하면 안되는 이유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무혐의가 나오자 정부와 여당은 기세등등한 모습입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처벌 규정 자체가 없는 등 혐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며 입장을 냈습니다.

국민의힘도 논평을 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영부인을 상대로 인권을 유린하며 몰카 공작에 가담한 이들이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혐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는 정부 입장.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 수사가 조 대표 때처럼 전방위로 이뤄졌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김 여사 무혐의의 가장 큰 이유는 '직무관련성' 요건입니다. 배우자의 경우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받지 못하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의 경우 직무관련성이 없고, 있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리적으로 더 깊게 파고들면 처벌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바로 조 대표 사례처럼 공직자가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김 여사가 아닌 윤 대통령이 청탁금지법 위반이 됩니다.

배우자야말로 딸보다 더 경제적 운명을 같이 하고 있는 경제적 공동체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학금보다 명품 가방이 사회상규상 허용되지 않는 금품임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도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부인이 받았으면 공직자 남편의 책임 아니냐"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부인이 남편의 인지 하에 그와 같이 받았다고 하면 공동생활체로서, 상호 양해하에 받았다고 하면 공동 책임을 질 수는 있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법적 공백으로 처벌이 사실상 어렵지만, 대통령 부인의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사안입니다. 검찰 수사가 더 치밀하게 이뤄졌다면, 자칫하면 대통령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여권이 무혐의에 대해 떵떵거릴 일이 아닙니다. 도이치 주가조작, 공천 개입 등 매일매일 구설수에 오르는 여사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이럴수록 국민의 화만 더 돋을 뿐입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