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뒷돈' 혐의 KIA 장정석·김종국 '무죄'…"범죄 안 돼"(종합)

FA 앞둔 선수에게 2억 요구하고 후원사 광고 대가 금품 수수 혐의
1심 "도덕적 지탄과 무관하게 부정한 청탁 의문, 범죄 성립 안 돼"

후원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김종국 전 감독(왼쪽)과 장정석 전 단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3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후원업체에서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KIA 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50)과 김종국 전 감독(56)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이들에게 광고 계약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한 커피 업체 대표 김 모 씨 등 모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장 전 단장은 2020년 5~8월 자유계약(FA)을 앞둔 KIA 소속 박동원 선수(현 LG트윈스)에게 최소 12억 원의 계약금을 받게 해 주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2억 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감독에게는 2022년 7월 야구장 감독실에서 KIA 타이거즈 후원사인 커피 업체 대표 김 씨로부터 선수 유니폼 광고 계약 관련 편의 제공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에게는 같은 해 10월 감독실에서 A 씨로부터 펜스 홈런존 신설 등 추가 광고 계약 관련 편의 제공 청탁을 받고 각각 5000만 원 등 총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뭐 하나 잘한 게 없다. 연봉협상을 담당하는 단장으로서 KIA 타이거즈를 위해 일한다는 임무에 반해 뒷돈을 챙기려고 했던 점이 있고, 커피 광고 계약과 관련해서는 돈을 받아야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있다"면서도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상황이란 점은 다 인정하고 있지만, 형사적 문제가 됐을 때 그 죄가 성립된다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 전 단장이 먼저 박동원에게 상담을 해주겠다고 접근한 점 △박동원은 일반적이고 소극적으로 계약 조건에 관해 이야기만 했을 뿐 시즌 종료까지 계약 협의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등 장 전 단장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박동원이 장 전 단장에게 청탁한 것으로 보더라도, 형법상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화 내용을 보면 FA 계약을 거론하기는 하나, 다년 계약을 전제로 하는 총액 중심의 협상과 겸해 진행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선수 입장에서 자신이 받고 싶은 계약금 등을 말하는 것이 부정한 청탁인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정 청탁 혐의를 받는 커피 업체 대표 김 씨에 대해서도 사건 이전부터 KIA 타이거즈 팬으로서 수억 원 상당의 커피세트 등을 나눠준 적 있는 점, 가을 야구 진출 시 수억 원의 격려금을 약속한 점 등 해당 업체의 경영 목적과 방식을 비춰 볼 때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여러 사정 종합했을 때 광고 계약 같은 경우, 금원 수수가 부정한 청탁이 매개되지 않아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결국 범죄 성립 구속 요건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가 나머지를 살펴볼 필요가 없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커피 업체 대표 김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 측은 부정한 청탁이 없었고 선수 격려비 차원에서 지급된 돈이라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해 왔다.

의혹이 불거지자 KIA 구단은 지난해 3월 장 전 단장을 해임하고 올해 1월 김 전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법원은 지난 3월 두 사람에 대한 검찰의 범죄수익 1억6000만 원 추징보전 청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