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간다는 병역 기피자, 출국 불허되자 "기본권 침해" 소송

병역법 위반 두 차례 징역형…소집대기 중 국외여행 허가 신청
"학문·주거이전 자유 침해" 주장…법원 "본질적 침해 아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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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유죄 판결이 확정된 병역기피자가 유학을 이유로 낸 국외여행 허가신청을 병무청이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A 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국외여행허가신청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는 병역법위반죄로 2018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A 씨는 이후 재병역판정검사 통지서를 받았지만, 검사를 받지 않아 다시 기소됐고 202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A 씨는 근로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도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400만원을 확정받기도 했다.

A 씨는 병역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소집 대기 중인 2023년 10월 병무청에 어학연수를 위해 국외여행 허가 신청을 했지만, 병무청이 이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병무청의 처분으로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돼 학문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70조 제1항 등에 따르면 병무청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재병역판정검사나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 25세 이상인 보충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국외여행 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며 "병역기피자는 가족의 사망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 및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병역의무의 부과와 이행 과정에서 병역의무자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제한되는 점을 고려할 때, 병역자원의 확보 과정에서 병역의무자 사이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한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내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된다"며 "이사건 처분으로 원고의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기는 하나, 처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 경위 등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거주·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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