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수사개입' 전익수 2심도 무죄…"법적 정당 아니다"(종합)

군 검사 압박 혐의…"비난 가능성 높다고 법 확장해석 안 돼"
명예훼손 공보관 실형, 비밀누설 군무원 벌금형…"전익수 방지법 필요"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6.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이세현 기자 =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역시 원심과 같이 전 전 실장의 행위 자체는 부적절하나, 공소사실을 면담 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 전 실장이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위력을 행사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면담 강요로는 보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면담 강요 등) 혐의를 받는 전 전 실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전 전 실장은 2021년 7월 이 중사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혐의로 군무원 양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며 위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특가법상 면담 강요 혐의에 대해 검사 등 수사기관을 대상에서 제외한 원심의 해석이 지나치다며 "대상이 검사, 수사기관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이 조항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 행동이 매우 부적절하고 비난 가능성이 큼에도 형사 처벌의 공백을 초래하게 돼 공공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원심과 같다"면서도 판사의 자의적 형벌권 행사는 형평을 고려해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 또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하다거나 정당화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님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군무원 양 모 씨에겐 누설한 정보가 양 씨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관련 정보를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부정한 목적으로 취득한 점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반전시키고자 허위사실과 공무상 비밀을 언론에 누설,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당시 공군본부 공보 담당 정 모 중령에 대해선 직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 등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1심 전후에도 '전익수 방지법(군인 또는 군 수사업무 종사자가 위력으로 수사·재판을 방해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이 꼭 필요하다고 국회에 말씀드렸는데 아직도 발의가 안 됐다"며 "위력적으로 한다고 1심, 2심에서 재판장이 인정을 하는데 왜 법을 안 만들었냐. 다 방관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오늘 봐라, 한 사람도 사과하거나 용서를 빌면서 나가는 사람이 없다. 나는 잘못이 없고 다 위에서 시켜서 자기는 절대로 사과를 안 한다 이거다"라며 "장병들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 군인들이 인권을 침해하고 부모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군사법원을 민간법원에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중사는 2021년 선임 부사관인 장 모 중사에게 성추행당해 이를 신고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2차 가해가 반복돼 그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중사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지만, 군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뒤늦게야 특검팀이 구성됐지만 기소의 근거가 된 녹취록이 허위임이 드러나면서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 이후 특검은 전 전 실장을 면담 강요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마저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한편 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강등 조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전 전 실장은 지난 6월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한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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