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퇴사 임원 수십억 스톡옵션 행사 이의" 소송…결국 패소

'주권인도 승소' 전 임원, 강제집행 개시했지만 '집행불능'
法 "신라젠이 주권 인도의무 지체한 탓…권리남용 아냐"

서울 중구 신라젠의 모습. 2022.2.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퇴사한 임원에게 수십억 원 상당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민사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신라젠 주식회사가 전 임원 A 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신라젠은 2016년 8월 전무이사로 재직 중이던 A 씨와 신주 7만 5000주(행사가 4500원)에 관한 스톡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신라젠은 A 씨에게 임원 고용 및 연봉계약 만료를 통지했고, 이후 이사회를 통해 A 씨의 스톡옵션 부여도 취소했다. 이에 A 씨는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낸 주식 인도 청구 소송에서 승소, 2019년 9월 10일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A 씨에게 3억 3750만 원 및 액면가 500원의 기명식 보통주 7만 5000주에 달하는 주권을 인도하고, 강제집행이 어려울 때는 A 씨에게 변론 종결 시점 기준 주식 시가에 상당하는 57억 6750만 원을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변론 종결 시점 이후 신라젠 주가가 폭락하고, 2019년 9월 16일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면서 신라젠은 더 이상 유효한 주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됐다.

신라젠은 2019년 9월 24일 본사에 주식 압류를 위한 강제집행이 실시되자 "해당 주식은 미발행주식으로 이사회의 신주발행 절차를 거쳐야 하고 주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집행을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법원에 금전 지급 부분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강제집행)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신라젠은 이 역시 이의가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신라젠은 2019년 10월 A 씨 앞으로 주식 7만 5000주에 대한 전자등록증명서를 공탁하고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이루어진 주권 인도 집행 불능은 집행불능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공탁에 따라 본래 급부의무(주권 인도) 및 대상적 급부의무(금전 지급)가 모두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 씨는 관련 서류 제출 등 스톡옵션 행사를 위한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A 씨의 강제집행은 주식을 받아 감으로써 완전한 이행이 가능함에도 오로지 돈만 챙겨가려는 부당한 조치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의 강제집행에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강제집행 당시 신라젠이 주권을 보유하지 않아 집행관이 집행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은 집행불능에 해당하고, 이후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돼 실물 증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된 것은 신라젠이 주권 인도 의무의 이행을 지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강제집행이 적법하게 개시된 후 집행불능 됨으로써 금전채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한 이상, 주식 전자등록증명서를 공탁했다는 것만으로는 금전채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선행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적법하게 개시돼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이상 집행불능에 해당한다"며 "이후 전자증권법이 시행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대상적 급부청구권의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