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에 알게 된 군인 아버지 사인…"軍, 보상금 지급해야"

막사신축 작업 사고로 부상입고 사망…아내, 3살 자녀만 남아
法 "유족, 사고 당시 원인 제대로 몰라…軍 소멸시효 주장은 권리남용"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망 원인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진상을 알고 사망보상금을 청구한 자녀에게 군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 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낸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의 아버지 B 씨는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6년 1월 사망했고, 그해 11월 사망신고가 이뤄졌다. 이후 육군본부는 1997년 B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재분류 결정했다.

2021년 10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B 씨가 1954년 막사신축 작업에 동원되었다가 산이 무너지는 사고로 허리뼈 골절 부상을 당했고 이후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양하지 마비 등이 원인이 되어 사망했으므로, 사망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진상규명 결정을 했다.

A 씨는 이를 바탕으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군은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났으므로 지급이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A 씨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군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 씨가 사망한 무렵 원고는 만 3세에 불과해, 아버지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알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가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절차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보상금 청구를 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 않고, 원고의 어머니 또한 글을 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회의 진상규명 결정에 따라 원고는 비로소 망인의 사망 경위 및 그에 따라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그 이전에는 객관적으로 원고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 씨가 군복무 수행 중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육군본부는 이를 '병사'로 규정해 유족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망인에 대한 순직 결정을 하고도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원고가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군인사망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