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회생 동시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 신청한 진짜 속내는
'들끓는 비난 여론' 합의 난항…'객관·중립' 법원 통해 협상 시도
5년간 ARS 성공기업 22곳 중 10곳 '절반'…'시간 끌기' 해석도
- 이세현 기자,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서한샘 기자 =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과 함께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신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비난 여론으로 피해자들과 원만한 합의가 어려운 만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법원을 통해서 협상 테이블을 꾸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대 3개월 동안 회생 절차 개시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 벌기용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ARS 프로그램이란…채권자-채무자 자율 조정 지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해당 사건을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부장판사 김호춘 양민호)에 배당해 법원장이 직접 심리하기로 했다.
ARS 프로그램은 이해 관계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신청과 동시에 또는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법원에 ARS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관리위원회가 자율 구조조정 협의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주요 채권자로 구성된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한다.
ARS 프로그램의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보류한다. 기간은 1개월 단위이며 최장 3개월까지 보류가 가능하다.
다만 3분의 2 이상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들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에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보류할 수 없다.
법원이 채무자 및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ARS 프로그램의 절차 주재자를 선임하면, 절차 주재자는 채무자와 채권자들의 자율 구조조정 협의를 주재한다.
ARS 프로그램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취하한 때 △채무자가 ARS 프로그램 신청을 취하한 때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기간이 종료한 때 △채무자의 부채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때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각결정이 있을 때 종료된다.
◇확률은 '반반'…티몬·위메프도 합의 성공할까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ARS 프로그램을 거친 기업은 22개, 이중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조정안 합의에 이른 곳은 10곳이다. 성공 확률은 반반인 셈이다.
자동차부품 납품업체 '다이나맥'에 2018년 ARS가 처음으로 적용됐으나 자율 조정이 결렬되면서 결국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2019년 의류 유통업체 티엔제이가 ARS를 통해 자율조정안 합의에 이르러 회생절차를 취하하고, 기업자율회생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첫 성공 사례가 됐다. 이어 아이비에스솔루션, 경원포장산업, 에이디피그린 등도 자율 조정에 성공했다.
현재 티몬의 채권자는 약 4만 명, 위메프 채권자는 6만 명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로 대규모다. 미지급 물품 금액은 2100억대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현 상황에서 채권자들과의 원만한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ARS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ARS 프로그램은 주로 채권자들과 원만하게 협의하기 어렵고, 협의에서 열세 지위에 놓였을 때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법원이 선정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하에서 협의를 진행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는 이미 회사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고, ARS 프로그램은 거의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ARS 프로그램이 최대 3개월간의 회생 개시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직 판사는 "회생절차 자체를 미루기 위해 신청했다기보다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사재 출연이나 정부 지연금, 그밖에 각종 금융 조치 등을 통해 채권자들과 협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신청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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