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밀수했다" 구매자 진술 재판서 부인…대법 무죄 확정

1·2심 모두 무죄 "피의자신문조서 부인하며 동의 안해"
구매자도 재판서 진술 번복 "필로폰 구매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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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수사 단계에서 마약 밀수·판매책으로 지목되면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 같은 진술을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았던 데다, 구매자 역시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면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조선족인 A 씨는 2011년 1~9월 약 4~5회에 걸쳐 중국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오고 이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 씨의 필로폰 밀반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필로폰 판매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A 씨가 자신을 마약 밀수·판매책으로 지목한 B 씨, 공범 C 씨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아, 이들의 진술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2022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고인이 자신과 공범 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 이를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

이에 더해 B 씨는 1심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을 사업상 만난 적은 있지만 피고인으로부터 국내에서 필로폰을 직접 구매한 적은 없다"고도 진술했다.

B 씨는 A 씨로부터 소개받은 중국 국적의 여성으로부터 필로폰을 건네받아 수입하던 중 구속됐기 때문에 A 씨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고, 수사 협조에 따른 감형을 받을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및 변호인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내용부인 취지 취지로 부동의한 이상 그 증거능력이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2011년 9월 3일 필로폰 10g을 수입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가 2023년 2월까지는 사실상 한국으로의 입국이 어려웠던 만큼 필로폰 판매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A 씨는 중국 청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등 중국에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데다,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는 '마약범죄를 용인한 죄'로 징역 6개월 및 5000 위안 선고를 받아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후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관이 '무범죄증명서'를 요구했기 때문에 사증 발급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