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너무나 잔혹"…'아내 살해' 美 변호사 징역 25년(종합2보)

재판부 "'오빠 미안해' 말하는 피해자 고통 가늠 못 해"
유족 측 "형량 아쉬워…아이들 양육 우려에 친권 소송"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현 모 씨. 2023.1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이혼 소송 중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법무법인 출신 미국 변호사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현 모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 씨가 피해자를 쇠 파이프로 구타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의 판단에는 상당 부분 피해자가 녹음한 당시 현장 녹음파일이 주요 근거로 쓰였다.

재판부는 "부검감정소견, 현장 검증, 범행 현장 녹음파일 등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이 쇠 파이프 충격으로 누워있는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타 강한 힘으로 상당 기간 목을 졸랐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현 씨가 계획적으로 살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도발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고양이를 발로 차고 피고인을 밀치고 쇠 파이프를 빼앗아 때리려고 해 감정 조절을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가 여러 차례 들은 녹음파일에서는 그런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쇠 파이프에서 피해자의 지문이 나오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행 수법이 너무 잔혹하고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달래보고자 '오빠 미안해'라고도 했는데 그 말을 내뱉기까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다"며 "범행 직후 아들을 달래는 것이 아니고 아들에게 자기변명을 하고 상당 기간 (피해자를) 방치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아직 어려 엄마가 죽었는지 인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커서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정신이 아득해진다"며 "여러 정황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후 피해자 측 변호인인 이필우 변호사는 "양형기준표에 적합한 형량을 선고한 것은 맞으나 조금 더 중형이 선고돼서 가정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결과에 대해 유족들은 납득을 못 했고 제일 걱정되는 건 아이들"이라며 "25년 뒤에 나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유족이 가장 우려해 현재 친권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 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 중이던 아내를 아파트로 불러 주먹과 쇠 파이프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현 씨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쇠 파이프 역시 "자녀들이 사용하던 고양이 놀이용 금속 막대"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일 "피해자는 10여년간 모욕적 대우를 받으면서도 자녀를 위해 인내하던 중 최후를 맞이했다"면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