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 강점"…'맥아더 동상 철거 집회' 주도한 80대

1심 '징역형 집행유예'…인천자유공원서 집회, 이적표현물 반포·소지
法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심각한 위험 아닌 점 고려"

6.25전쟁 참전 용사 및 인천시 관계자들이 15일 인천시 중구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에서 참배 행사를 하고 있다. 2022.9.15/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맥아더 동상 철거 집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호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정유미 판사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83)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참여한 맥아더 동상 철거 관련 기자회견과 집회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있으므로 몰아내고 자주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북한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우리민족련방제통일추진회의(련방통추) 산하 맥아더동상타도특위 위원장으로 주도적으로 활동한 점에 비춰보면 북한의 선전·선동에 호응·가세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우리나라의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김 씨가 일간지 기자들에게 이적표현물이 담긴 이메일을 전송한 행위와 집회 종료 이후에도 기자회견문을 계속 소지하고 있었던 점도 '이적표현물 반포 및 소지'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다만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 알려지고 과거에 비해 국민 의식이 많이 성숙해 피고인의 행위 및 소지한 이적표현물이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인천자유공원에서 총 6회에 걸쳐 북한이 주장하는 반미 투쟁론, 연방제 통일론 등에 동조하는 맥아더 동상 철거 투쟁 기자회견 및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주장하며 점령군 사령관인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자는 내용의 문건을 일간지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침략의 원흉 학살의 원흉 맥아더 동상 철거하자'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 등 이적표현물 5건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