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미달했다고 임금 공제한 택시회사…대법 "위법"

2심 "공제 허용" 무죄→대법 "합의 있어도 무효"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택시기사 운송수입금(사납금) 기준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한 취업규칙은 무효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회사 대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와 택시기사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납금이 기준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했다. 단체협약에도 이러한 내용이 명시됐다.

A씨는 택시기사 3명의 퇴직금 66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기준 사납금 미달액 부분을 퇴직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간 사납금제를 두고 택시기사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20년 여객자동차법에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대법원은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신설 경위와 취지 등을 보면 사용자와 택시기사 노조 사이에 합의가 있었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용자인 A씨가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근로자에게 지급할 퇴직금 중 1일 최저 운송수입금 기준 금액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며 "A씨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3일 이상 무단결근한 택시기사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3일 이상 무단결근한 택시기사가 당연퇴직 처리됐다고 믿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취업규칙상 3일 이상 무단결근 사유는 당연퇴직 사유로도 규정돼 있지만 징계해고 사유로도 규정돼 있어 실질상 해고에 해당한다"며 "기록상 해당 택시기사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