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뒤 후각 잃은 환자 위자료 4600만→2500만원…이유는

수술 의사 과실 인정했지만…책임은 60%로 제한
국내 장애기준 적용…노동능력상실률 15→3%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수술 뒤 콧속에 있던 거즈를 제거하지 않아 환자에게 장애를 입힌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가 상태를 악화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은 일부로 제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B씨로부터 코를 높이는 수술 등을 받았다가 코 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느꼈다.

그는 이후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고 오른쪽 콧속에서 거즈와 함께 종창이 발견됐다. A씨는 치료를 받는데도 냄새를 맡지 못하는 '무후각증' 상태가 이어지자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A씨가 이번 수술 외에 콧속에 거즈가 남을 만한 수술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B씨가 작성한 진료기록부에 수술에 쓴 지혈용 거즈의 개수와 제거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이 전혀 없는 점 등이 판단에 고려됐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수술 후 거즈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한 과실로 인해 A씨에게 비강 내 감염과 종창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코의 변형과 무후각증이 발생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이 15%라고 보고 일실수입을 4900여만원으로 계산했다. 노동능력상실률은 손해배상 사건에서 배상액 산정 기준이 된다.

그러나 A씨가 적절한 시기에 염증치료를 받지 않아 무후각증으로 악화된 사정도 있다며 B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일실수입과 치료비(약 1000만원)를 더한 금액의 60%에 위자료 1000만원을 합해 총 4600여만원이 손해배상 금액으로 책정됐다.

2심도 B씨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했지만 손해배상 금액은 1심보다 낮은 2500만원으로 결정했다. 외국 사례를 토대로 만들어진 장애평가기준이 아니라 국내 의학학술단체의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기존에 쓰이던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한국 현실에 맞는 노동능력상실지수를 설정한 대한의학회 기준이 다른 평가기준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능력상실률은 3%로 낮아져 일실수입은 1400여만원으로 계산됐고 손해배상 전체 금액은 25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대법원은 "2심이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할 때 채택한 평가기준과 그 산정 결과를 수긍할 수 있다"며 양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