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부당합병'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벌금 5억원 구형(종합)
합병 주도 미전실 소속 최지성·김종중 각 4년6개월 구형
"재벌 기업 기업구조 개편·회계 처리 방향 기준점 될 것"
- 정윤미 기자,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구진욱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또 옛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합병 업무를 총괄한 최지성(72) 전 실장과 김종중(67)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장충기(69) 전 실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전실은 삼성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던 부서였으나 2017년 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해체됐다.
검찰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심리로 열린 106회 공판에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해 "이 회장과 미전실 소속 피고인들, 각 계열사 소속 피고인들은 지시 관계에 따라 각각 (승계작업이)이뤄졌다"며 "대법원도 미전실 역할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전실이 모든 보도자료를 관리하고 개별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과 지침을 내려주는 등 구체적인 역할이 확인됐다"며 "각 계열사에서는 미전실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지위라는 점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직접 (승계작업에) 가담한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도 넉넉히 확보했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공동 피고인인 미전실 소속 △이왕익 전 임원 징역 4년·벌금 3억원 △김용관 전 부사장 징역 3년을, 삼성물산 소속 △최치훈 이사회 의장 △김신 상임고문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에게는 각 징역 4년·벌금 3억원을 구형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 김태한 사장·김동중 임원에는 각 징역 4년·3년을, 삼정회계법인 소속 김교태 대표에게는 벌금 5000만원, 변영훈 부대표와 심정훈 상무에 대해선 각 징역 3년·4년을 재판부에 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에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총수 사익을 위해 회사 주주들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경제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마련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모두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경제 정의"라며 "피고인들은 합병 당시 주주들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이 사건 합병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 정작 국익을 해친 건 다름 아닌 피고인들"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의 기업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 동원해 자신의 이익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 사외이사는 거수기로 남을 것이고 회계 클라이언트 의견서를 남발해 원칙중심의 회계 기준이 사문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명확히 실체가 존재하는 사건"이라며 "부디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길 바라며 재판부도 치우침 없이 법과 원칙으로 이 사건 실체를 살펴봐 주길 청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전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 (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이 이뤄졌는데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왔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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