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엄마 방치하고 죽음으로 내몬 50대 여성 '무죄'…왜?

법원 "유기 고의성 입증 안돼…피고인 인정한 폭행만 집행유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병든 노모를 방치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천모(58)씨의 존속유기치사·존속학대·존속폭행·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천씨는 피해자 강모(79)씨 둘째 딸로 2019년 12월부터 서울 강남구 자기 집에서 어머니 강씨를 홀로 부양했다. 강씨는 평소 당뇨병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천씨는 지난해 1월28일~2월5일 강씨의 머리·복부·가슴 등을 15회 가량 때리고 옷을 잡아당기는 등 지속적으로 폭행·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기간 강씨는 집안에서 넘어진 이후 스스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그런데도 천씨는 강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약물 치료조차 못받게 했다.

결국 강씨는 넘어지고 나흘 뒤 세상을 떠났다. 병원은 강씨가 넙다리뼈 골절로 인한 합병증과 당뇨병성 케토산증 등으로 사망했다고 진단했다.

검찰은 천씨가 강씨를 사망에 이르기까지 유기(遺棄)했다고 보고 존속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또 천씨가 사망 직전 약 1시간 동안 강씨의 입에 가제 수건을 물리고 손가락과 숟가락을 이용해 입안을 여러 차례 문지르고 흔들고 쑤시는 등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존속학대·존속폭행·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더했다.

이 같은 행동들은 천씨가 외출 시 집안에 홀로 남은 강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안에 설치한 CCTV를 통해 밝혀졌다.

천씨 측 변호인은 "천씨가 강씨의 넙다리뼈 골절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당뇨병에 대해서도 식이요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의로 강씨를 유기한 사실이 없다"며 "천씨가 강씨에게 의료적 치료를 받게 하지 않은 것과 강씨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법정에서 거동이 불편해 식사와 용변조차 스스로 온전히 해결할 수 없는 강씨를 홀로 부양하는 과정에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순간들을 참지 못하고 자신이 저지른 불순한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천씨가 인정하고 반성하는 폭행·학대 사실에 대해서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존속유기치사 등 각 혐의에 대해서는 고의로 강씨를 유기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천씨가 강씨를 유기하기 위해 고의로 방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천씨가 자신의 미흡한 조치로 강씨가 사망하리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천씨와 검찰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18일 쌍방 항소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