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보복기소' 전·현직 검사 불기소…유우성측 "재정신청 낼 것"(종합)

대법, 공소권 남용 인정했으나 공소시효 7년 이미 완성
유우성 "공수처, 부끄러운 결정…검찰 처벌기관 없어"

유우성씨. 2022.5.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박주평 기자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 측이 '보복기소' 의혹을 받은 전·현직 검사 4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불기소 처분한 것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29일 "검찰의 복수심으로 7년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은 피해자 유우성의 피해 회복을 위해 이러한 공수처의 어이없는 불기소처분에 대해 재정신청을 진행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국가배상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신청은 불기소 처분이 정당한지 법원이 다시 판단하도록 하는 제도다.

변호인단은 또 "공수처는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한 것이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며 "그 결과 피의사실을 기소와 상소제기 행위만으로 축소한 후 불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사가 공권력을 남용해서 억울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려고 한 범죄행위가 어떻게 기소만으로 끝나고 기소 이후에는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에도 벅찬 피고인이 자신을 기소한 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씨 역시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을 놓고 "너무 부끄러운 결정같다. 허무하다"며 "결국 대한민국에서 검찰을 처벌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는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수처는 저를 오라가라하며 2번 이상 불렀는데, 가해자들은 서면조사를 받았다"며 "그 가해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라도 한 번 했다면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날 '보복기소'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6기), 이두봉 전 검사장(25기), 신유철 전 검사장(20기),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32기)에 대해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유씨의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공소를 제기한 시점인 2014년 5월부터 7년이 지난 2021년 5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판단이다.

공수처는 공소시효가 도과됐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실체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검찰의 상소와 관련해서도 그 자체를 위법하거나 부당한 상소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피의자 중 신 전 검사장, 이 전 검사장, 안 차장검사만을 상대로 대면조사 없이 서면조사만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의 경우 사건 당시 결재 과정에 없었다고 보고 따로 서면조사도 하지 않았다.

경기도 과천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 새로운 로고(CI)와 슬로건(표어)이 담긴 현판이 걸려 있다. 2022.8.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보복기소' 논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씨는 2013년 당시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으나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면서 2015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재판 진행 과정에서 대검찰청은 직무태만 등의 책임을 물어 담당 검사들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고, 이들은 실제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은 징계 청구 직후인 2014년 5월 유씨를 대북송금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사안은 검찰이 2010년 3월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이었다.

1심은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2심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보고 무죄로 봤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10월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유씨는 이후 공수처에 김 전 총장, 이 전 검사장, 신 전 검사장, 안 차장검사를 고소했다.

chm646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