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클릭하세요' 국제 스미싱 조직 적발

모바일 청첩장·법원 출석요구서 등 꾸며 악성코드 설치
소액결제로 게임머니 산 뒤 탈취…사흘에 2000만원 피해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스미싱 범죄에 사용된 문자메시지. © News1

</figure>A씨는 최근 '저희 결혼합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라는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청첩장을 보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연결 주소를 클릭했다.

이 문자는 사실 모바일 청첩장이 아니라 A씨의 개인정보를 노린 악성코드 설치 주소였다. 연결주소를 누른 순간 A씨의 스마트폰에는 악성앱이 설치됐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A씨는 얼마 후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다.

온라인 청첩장을 가장해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한 뒤 이용자들의 돈을 빼내 가로챈 국제 스미싱(smishing) 범죄조직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온라인 청첩장 외에도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 초과', '법원 출두 명령서' 등의 가짜 문자를 보내 피해자들을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악성 앱을 만들어 뿌린 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소액결제로 돈을 가로챈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스미싱 조직원 5명을 적발, 앱 제작자인 최모씨(28)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악성코드를 설치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 소액결제 등으로 범죄 수익을 챙기는 신종 금융사기 범죄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를 보내 악성앱을 유포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스마트폰으로 보내진 문자메시지는 이들 조직의 서버로 전송됐다.

이들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명의로 온라인 게임머니 구매를 위한 소액결제를 한 뒤 탈취한 문자 '인증번호'를 입력해 결제를 완료했다. 피해자들은 악성코드 때문에 확인문자 등을 받지 못해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렇게 구입된 게임머니는 사이버머니 환전업체를 통해 현금으로 환전됐다. 스미싱 조직은 환전한 현금으로 문화상품권을 산 뒤 이메일로 문화상품권 핀 번호를 전송받아 중국에서 현금화해 챙겼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 4월28일부터 7월9일까지 14만7000여건의 악성앱을 유포했다. 검찰은 이들 조직이 4월28일~30일 사흘간 피해자 105명으로부터 2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범행 은폐를 위해 서버 자료를 삭제한 탓에 정확한 피해액이 확인되진 않했지만 사흘 만에 2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미뤄 실제 피해규모는 수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조직은 달아난 중국인 총책 리모씨의 지휘 아래 악성앱 '제작·유포책', 감염된 스마트폰 사용자의 문자메시지를 관리하는 '서버관리책', 탈취한 문자메시지 정보를 이용해 소액결제로 게임머니를 구입하는 '소액결제책', 범죄로 얻은 수익을 환전해 중국으로 보내는 '환전·국외 인출책' 등으로 세밀하게 역할을 나눴다.

중국인과 조선족 교포들이 주축이 된 이 조직은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국제 조직화 돼 있었다. 주범들은 대부분 중국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문자메시지 관리 서버는 미국, 일본 등지에 나눠 설치했다. 일부 조선족들은 한국을 오가며 범행을 관리했다.

환전책 문씨 등 3명은 지난해 9월부터 1년여에 걸쳐 오토프로그램 등을 통해 불법 게임머니를 모아 144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은 "악성앱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수익을 환전·인출한 조직책을 검거해 범행 전모를 밝힌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문화상품권의 전자발행이 불법 자금세탁 경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제도상 허점을 확인, 유관기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일부 문화상품권 발행업체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핀번호를 이용한 온라인 상의 거래 방식을 중단한 상태다.

검찰은 또 달아난 주범 리씨와 중국에서 불법 게임머니 환전을 하고 있는 현지 업체들을 추적하기 위해 중국과 국제 사법공조를 벌일 계획이다. 이번 범행에 연루된 정황이 발견된 게임아이템 거래 중개업체와 문화상품권 발행·중개업체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편 이같은 스미싱 범죄로 피해를 입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경찰 등 수사기관을 통해 피해사실을 신고한 뒤 신고서를 해당 게임업체에 제출하면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