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부터 위축? 주택시장 '계란 프라이 이론'이 뭐길래[박원갑의 집과 삶]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이 불황기나 조정기로 접어들면 도심보다 외곽이 먼저 움츠러든다. 이를 빗대 등장한 논리가 ‘계란 프라이 이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프라이팬이 달궈질 때는 노른자위나 흰자위나 모두 뜨겁다. 그러나 프라이팬이 식으면 흰자위부터 서서히 차가워지고 노른자위는 한참 동안 온기가 지속된다. 불황이 깊어지면 도심(노른자위)보다는 외곽이나 교외(흰자위)가 더 빨리, 더 오랫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저수지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가뭄이 들어 저수지의 물이 마르기 시작하면, 가장자리의 물이 먼 저 줄어들고, 중심은 마지막에 가서야 없어진다. 이들 이론은 모두 도심과 외곽, 인기 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차별적인 흐름을 설명하는 논리적 틀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 여파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역별로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맞벌이 수요층이 두꺼운 도심이나 인근 고가주택 밀집 지역은 오름세를 보이지만 외곽지역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되레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강남구(0.18%), 서초‧성동구(0.14%), 용산구(0.11%) 등은 서울 평균(0.07%)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강북‧도봉‧구로구 등은 0.02%로 강보합세에 머물렀다. 수도권에선 벌써 내림세로 접어든 곳이 적지 않다. 조사대상 지역별로는 인천 남동구의 하락 폭(-0.1%)이 가장 깊었다. 동두천, 의정부, 이천, 오산, 평택, 용인 처인구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이러고 보니 요즘 주택시장 흐름에 ‘계란 프라이 이론‘, ’저수지 이론‘이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2013~2021년 대세 상승기에 동조화 현상이 강했지만, 요즘은 딴판이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금융시장 환경, 핵심 수요층과 구매 방식이 그 당시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 주도세력은 20‧30세대보다 30‧40대, 특히 40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의 40대 거래 비중은 26.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은 지난 7월부터 40대가 30대를 앞질렀다. 40대는 집을 처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외곽지역에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전세가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53.9%로 역대평균(55.1%)보다 낮다. 갭투자보다 ’거주 목적의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도심이나 그 인접 지역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과거처럼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주택시장으로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광의통화(M2)와 협의통화(M1)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1%, 2.8% 정도 늘었다.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니 주택시장에 유동성이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자금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기보다는 특정 인기 지역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는 고가 아파트값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층이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가 크게 없었다. 그만큼 시장 체력이 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내년 주택시장도 녹록지 않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가 상승 에너지가 세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집값은 1% 오르겠지만 지방은 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 따로 움직이는 차별화 양상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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