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수술대' 오른다…"시세반영률 90%→시장변동률 반영"

현실화 로드맵, 공시가격>시세 '역전'·국민 세부담↑ 등 '부작용' 초래
국민 "공시가격 변화, 시장 변화와 같아야"…국토부, 공시법 개정 추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단지. 2024.7.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한다.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도록 설계한 탓에 시장 가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민 세 부담 증가, 가격 예측·신뢰성 하락 등 각종 '부작용'만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시장 변동률'을 기반으로 한 공시가격 산정식을 활용해 공시가격이 시장 가격 흐름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도록 재설계하겠단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3.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국토부,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 마련…"시세반영률 단계적 인상 정책 중단"

국토부는 12일 이러한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는 대통령 공약으로, 앞서 지난 3월 19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고,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국민 고통만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토지와 건물에 대해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으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건강보험료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공시가격에 따른 정책별 대상 규모는 △재산세(주택 1949만 건·2022년) △종부세(주택 41만 명·2023년) △지역건강보험료(1509만 명·2023년) △기초생활보험(255만 명·2023년) △국가장학금(99만 명·2023년) 등이다.

지난 2020년 11월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오는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높이는 '인상 구조'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시장 가격의 변화가 없는 경우에도 공시가격은 매년 상승하는 문제점을 낳았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그 결과, 현실화 계획 도입 전 연평균 4.6% 상승에 그쳤던 공시가격은 현실화 계획 도입 후(2021년~2022년) 연평균 18% 급등했다. 이에 따른 공동주택 공시(안)에 대한 의견제출은 3.5배, 이의신청은 2.3배가 늘어났다.

지난 7월 국토연구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9%는 '공시가격 변화는 시장 변화와 같아야 한다'고 답했고, 61.1%는 '공시가격의 균형성 확보가 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통해 현행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고, 공시사격 산정체계를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시세반영률을 통한 단계적인 공시가격 인상 정책은 중단하고,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제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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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세반영률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리도록 설계한 기존의 산정방식을 시장 변화에 기초한 산정방식으로 개선한다. 기존 산정방식은 시장 변화와 관계없이 인위적 인상분까지 더해가며 시세반영률만 높여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공시가격 산정 시 전년도 공시가격에 단순히 '(1+시장변동률)'을 곱해 산출한다. 이는 현실화 계획 도입 전까지 사용했던 방식을 보완·활용한 것으로, 핵심인 '시장 변동률'은 실거래가격, 감정평가금액 등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각 조사 평자가들이 결정하게 된다.

조사자가 부동산의 시장가치 변화분을 제대로 입력하였는지 여부는 국제과세평가관협회(IAAO) 기준에 맞게 개발한 자동산정모형(AVM)을 통해 검증한다.

김규철 실장은 "이번 공시가격 산정방식 개선안은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 수준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돼 공시가격의 실거래가격 '역전현상' 발생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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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균형성↑…국토부 "부동산 공시법 개정작업 추진"

이와 함께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균형성 평가기준을 활용해 공시가격의 균형성이 저하된 지역 및 부동산을 선별·개선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먼저 조사자가 시·군·구 단위로 입력한 공시가격을 평가하고,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균형성 평가 기준은 국제과세평가관협회에서 제시한 △유형 내 균질성 △가액대별 형평성 △지역 간 평가수준 편차지표 등을 사용한다.

심층검토지역을 중심으로 선별된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 공시가격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산정한다.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공시가격의 균형성 저하 양상은 유형 내 균질성, 고가·저가 부동산의 과다산정 정도, 지역 간 평가수준 편차 정도 등 다양하므로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지역별 재산정 요구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대학교수, 공시 미참여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가 조사자의 재산정을 최종 검수하면 국토부가 이를 확정한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택시월급제 전국 확대 2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택시사업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고 있다. 2024.8.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국토부는 이번 공시가격 산정체계가 도입될 수 있도록 공시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현실화 계획을 의무화한 규정(공시법 제26조의2)을 삭제하고, 공시가격의 균형성 달성을 위한 국가의 책무조항을 신설하는 등 내용이 담긴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가치를 반영한 정책가격으로 공시가격을 운영하며 실거래가 반영 속도가 다소 둔화해 급격한 보유세 부담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울과 수도권 등 실거래가격 및 감정평가 금액이 오르는 지역은 공시가격 인상폭이 조금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고 지역별 공시가격의 양극화가 예상되는 만큼 법개정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앞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시켰던 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며 "이번 조치는 시장 정상화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