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 연구소장 "벌말지구 GB해제 18년, 집단취락 환경 더욱 악화"
가천대 글로벌시티연구센터, 집단취락 정비 ·개발 제도 개선안 논의
백경현 구리시장 "열악한 환경에 재난 대응도 어려워, 정비 시급"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풀어 약 2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집단취락의 정비·개발 방향성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가천대 글로벌시티연구센터는 11일 오후 2시 경기 구리시의 그린벨트 해제 집단취락인 벌말지구 현장(수택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집단취락의 정비·개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린밸트 해제 집단취락의 정비·개발 제도 개선 방안과 함께 공공주택지구 편입의 문제점과 해소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정렬 한국바른정책연구소 소장(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벌말지구의 생활환경 등을 되돌아보며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멀지구 그린벨트가 해제된지 18년이 지났다"며 "현재 시점에서 보면 벌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후에 좁은 길에, 지을 수 없었던 창고나 물류시설이나 근린생활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생활환경이 더욱 악화됐다. 소방차 등 재난 대응도 어렵게 전락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서울과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환경 훼손과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해제된 집단취락을 그린벨트에 다시 편입할 경우에는 주민들의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오래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집단취락의 개발이 여전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언급되는 지역들은 20년 전 해제된 집단취락과 가까이 있다.
당시 해제된 집단취락은 도시관리계획 수립 지침에 따라 제1종일반주거지역 또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이에 따라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설이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도로와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고, 정비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아직 생활 환경이 열악한 상태다.
김정렬 소장은 "그린벨트 지정 당시에는 양쪽이 똑같았는데, 도시계획선 하나로 수십층 아파트 들어서고, 그린벨트 쪽은 그야말로 1980년대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고 했다.
이어 "해제된 후에도 1종이고 좁은 지역에서 해제되니까 거의 그 상태로 낙후된 상태로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된 취락은 사업성 검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오히려 역차별과 환경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차라리 집단취락을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해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는 것이 더 신속한 주택공급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노후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주어지는 용적률 혜택과 3기 신도시 개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아파트 공급만 허용되면 주민 주도 도시개발 사업 등 정비사업을 통해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집단취락을 공공주택지구로 다시 포함하는 방안 역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지역들은 이미 지가가 높고 근린생활시설과 창고 등 시설이 난립하고 있어, 수용 시 보상비 부담과 반대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벌말지구는 2006년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구리는 322개의 도시계획 시설을 결정했지만 국비나 도비 지원도 못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말지구는 구리토평2지구에 포함되어서 지구지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토평2지구에 포함되면 토지이용 효율성 등 장점은 있지만 지연되면 행위제한에 따른 주민 불편 문제가 발생하고 토지 수용에 따른 재산권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렬 소장은 "좋은 방안을 많이 논의해 보자"며 "획기적인 제도 개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정부 측에 이야기하고, 실상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이날 토론회에선 이우종 전 청운대 총장,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홍경구 단국대 교수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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