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K-산단' 심은 LH…신도시 수출길도 연다[글로벌 K-건설]⑩
한땐 수주 '0건', 이젠 기회의 땅…올해 건설시장 423억불
전문분야 '신도시 개발' 노리는 LH…정부도 전방위 지원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베트남은 한국의 건설사에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제는 중동 못지않은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잇따라 현지법인 등을 설립하며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 어느새 '기회의 땅'으로…올해 건설시장 규모 423억 달러
의외로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건설로 진출한 두번째 나라다. 최초는 현대건설의 1965년 수주한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였고, 이듬해인 1966년 대림산업이 베트남에서 락지아 항만파일공사를 맡으며 두번째로 해외에 진출했다.
이때의 발주처는 베트남이 아닌 미국 해군시설처였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을 시기다.
물론 전쟁 중인 만큼 시장 자체도 그리 크지 않았다. 전후(戰後)로도 마찬가지인데, 1993년까지 단 한건의 수주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베트남 건설시장이 팽창을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1990년대 연평균 8%의 고속 성장을 거듭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7%대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때를 전후로 우리 기업의 수주금액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1993년 1억 3273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린 뒤 2018년에는 44억 352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총 수주액은 475억 8111만 달러로, 금액으로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베트남은 지금도 자금 투입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시장은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확대 정책으로 관련 산업시설 건설과 더불어 정부 주도의 교통·물류·에너지 인프라 사업추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돼 6.7% 증가한 423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울러 교통, 에너지, ICT, 농촌 및 도시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며,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신규 국제공항 등을 포함한 교통인프라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2045년까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10년간 국가발전계획을 담은 '2030 마스터플랜'을 승인(2022년 11월)하고 2030년까지 교통, 에너지, ICT 등 구체적인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K-산단' 조성한 LH, 이번엔 'K-신도시' 수출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베트남에 뛰어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하노이에서 30㎞ 거리에 있는 흥옌성에는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를 맡은 것이 LH다. 이곳에 조성 중인 클린산업단지는 베트남 최초의 한국형 산업단지로, 143만 1000㎡(43만 평) 규모다.
지난 2022년 9월 착공해 올해 연말 준공을 앞두고 조성공사와 토지판매가 진행 중이다.
LH, KIND, KBI건설, 신한은행과 베트남 부동산개발기업인 TDHECOLAND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VTK가 총괄 시행사이며, 계룡건설이 단지 조성공사를 맡았다.
한국기업 컨소시엄이 75%의 지분을 보유했고, 설계·시공 등 건설사업 전반에 한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LH는 수많은 산단 조성의 경험으로 안정적 사업기반도 빠르게 구축해냈다. 2022년 1월 토지보상 착수 후 1년 6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토지보상, 토지임대결정, 토지임대차계약 등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지난해 6월 토지사용권증서(LURC)를 취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LH는 추가적인 수주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신도시 개발 사업 수주에도 매진하고 있다.
LH가 수주를 타진하는 동남신도시는 2025~2060년 박닌성 내 약 8.5㎢ 개발구역에 주민 15만 6000명을 수용하는 4만 9000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다음달 동남신도시 사업타당성조사·사업계획(기술분야) 수립 지원 용역이 발주되고, 내년 하반기 내부 투자의사결정 완료 및 투자자선정 관련 입찰 참여가 예정됐다.
국토교통부도 최초의 'K-신도시' 수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도시개발분야 특화진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장기·대규모로 추진되는 도시개발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 대 정부(G2G) 협력을 기반으로, 민관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UGPP, Urban Growth Partnership Program)을 가동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박닌성 동남신도시를 수출 1호 프로젝트로 추진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현지를 직접 찾아 수주지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주변에 삼성전자도 있어서 거의 우리나라로 말하면 경기도다. 현지에서 말하길 우리나라밖에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하는데, 아마 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입찰인데, 우리(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주할 걸로 보고 있다. 베트남 말고도 LH의 해외 활동 역할도 좀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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