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전셋값에 세입자 '불안'…연착륙대책 서둘러야[박원갑의 집과 삶]

4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등 아파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4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등 아파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서울은 1년 가까이 오름세를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만 그렇지 빌라, 단독주택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같은 주택인데도 서로 따로따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86%, 수도권은 2.03%, 서울은 2.88%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연립주택 전셋값은 모두 하락(전국 -0.36%, 수도권 -0.28%, 서울 –0.05%)했다. 주택 전체 전셋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아파트 전셋값을 중심으로 오르는 셈이다. 이는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비(非)아파트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는 데다, 재계약 증가로 시장에 유통매물이 줄어든 게 주요 요인이다. 물량이 많지 않으면 작은 수급 불균형만으로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다.

최근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올랐지만, 고점이었던 2년 전보다 여전히 싼 편이다. 6월 KB부동산시세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전국은 11.63%, 수도권은 14.03%, 서울은 11.65% 각각 낮다. 실제로 2년 전보다 싸게 전세 재계약을 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에 국민주택 규모(전용 84㎡)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김병수(가명·56) 씨는 최근 세입자와 전세 재계약을 했다. 금액은 2년 전보다 5,000만 원 낮은 9억 원. 김 씨는 “세입자가 2년 전보다 시세가 떨어졌으니 돈을 일부 돌려달라고 해서 요구대로 재계약을 했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2년 전 전세 시세보다 낮은 비율을 의미하는 역전세 비율(아파트 기준)은 5월에 38%에 달한다. 비아파트 역전세 비율은 이보다 높은 42.4%에 이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세난이 아니라 역전세난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아파트 전세시장은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급락했다가 회복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다만 4년 전 아파트 전세 시세에 비해선 전국은 6.56%, 수도권은 7.73%, 서울은 10.51% 각각 상승해서 그 당시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비교 시점에 따라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최근에 전셋값이 계속 오르니 ‘최신효과(가장 최근에 제시된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현상)’로 전세난이 좀 더 피부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7월 말로 주택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시행 4년 차를 맞는다. 일각에선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 4년 치를 한꺼번에 받겠다고 나서면서 전셋값이 급등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한다. 전세시장 불안 요인인 것은 맞지만 급등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주변 시세보다 전셋값을 지나치게 높게 내놓으면 빈집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계약이 7월 말을 전후해 한꺼번에 몰리는 게 아니라 12개월 분산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더 이어질 수 있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21, 수도권은 113.3, 전국은 104.5를 기록했다. 전셋값 전망지수는 0~200 범위 이내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더욱이 내년 이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데, 기준금리까지 낮아진다면 전세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연착륙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