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설안전교육' 방치된 외국인 근로자…"한국어 몰라도 4시간 버티면 OK"

건설현장 근로자 60~70% 외국인, '안전교육' 의무 이수
교육 전과정이 '한국어'…업계, 현장 '안전사각지대' 지목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3번 출구 근처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설현장 차출을 기다리고 있다.2024.06.12/뉴스1 ⓒ News1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조용훈 기자 =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부 안전교육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내용을 이해 못 해도 교육 이수증을 받을 수 있어 건설현장의 '안전사각지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전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교육이다. 안전교육을 들었다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수증)'을 받아야 현장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에서 온 조선족 김모 씨(56)는 "요새는 안전교육 이수증 없으면 일 못한다"며 "일이 잘 안 구해져서 반드시 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 옆에 있던 한족 왕 모 씨는 가방에서 빛바랜 이수증을 꺼내 들었다.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해당 교육이 한국어로만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건설현장 근로자가 외국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외국어 교육 부재는 건설현장 위험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 11일 방문한 교육현장에선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교육은 한국어로만 진행됐으며, 별도의 시험도 없었다.

중간중간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영상을 틀어주거나 실습을 시켰지만 대부분 구두 강의였다. 강의는 △공사 종류와 절차 △산업재해 유형별 위험요인 및 안전보건조치 △근로자의 권리 의무 등으로 채워졌다.

현장에서는 핸드폰을 만지거나 조는 사람도 있었지만 4시간 교육이 끝나자 모두 교육 이수증을 받았다.

안전교육 관계자인 A 씨는 "외국인들도 법에서 정해놓은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며 "질문을 해도 아무 말도 못 알아듣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근로자 중 많게는 60~70% 정도가 이같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2021년 발간한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3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별도의 제도가 없다면 건설현장에 앞서 실시하는 안전교육 의무화의 실효성이 크게 퇴색되는 셈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다섯명이 다 외국인인데, 한국말을 몰라서 안전교육이 안 돼 다 돌려보낸 적도 있다”며 “보통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 명이 팀원들에게 안전교육을 번역해서 알려주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장에 들어갔을 때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교육을 4시간 이수하고 투입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안전교육 교재를 보긴 했지만, 교육기관이 부족하다”며 "이는 앞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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