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약통장 돈이 전세사기 구제 비용으로?…"손실은 불가피"
"주택도시기금 잠깐 빌린 돈, 소모성 사용 숙의 필요"
보이스 피싱 피해 구제는?…"형평성 문제 불거질 듯"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우선 매입한 뒤 먼저 보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공임대 주택 등에 쓰여야 할 주택도시기금이 사적 계약에서 발생한 피해를 보전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특별법' 개정안은 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다.
해당 개정안은 HUG 등 공공기관이 먼저 채권을 매입해 보상을 해주고 나중에 경매 등 구상을 통해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도입을 골자로 한다. 채권 매입 시에는 주택도시기금이 쓰이게 된다.
문제는 주택도시기금의 용처는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들이 납입한 청약저축 금액과 부동산 취득 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비용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은 서민들의 주택 구입 시 출·융자와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돼야 하는데, 사적 계약 영역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건전성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1년 말 49조 원에 달했으나, 올해 3월 말 잔액이 13조 9000억 원에 그쳤다. 이런 와중 쓰일 곳은 늘어나는 추세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재정 투입 규모는 엇갈리고 있으나, 채권 매입에만 적게는 5800억 원이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추산한 금액은 더 크다. 전세사기 피해자 1만 5000명의 평균 보증금을 기준으로 예상 재정 규모를 산정한 결과, 3조~4조 원으로 산출됐다. 여기에 향후 매입을 진행할 HUG에선 조직 인력 충원 등 행정비용으로 1000억~3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의 활용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에게 잠깐 빌린 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소모성으로 써버리고 없애버려도 되는 것인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쓰는 게 맞는지 숙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기금을 활용한 채권 매입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한다. 특히나 채권 자체가 부실한 만큼 손실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도시기금을 채권 매입에 사용한다는 건 부적절하다"며 "특히나 부실 채권인 만큼 손실은 불가피하다.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타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특별법인 만큼 한시적으로 시행되는데, 이후에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피해자로 보지 않는 것인지"라며 "또 보이스 피싱 피해자는 왜 보상이 안 되는지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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