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다세대 공시가 떨어졌네…또 '빌라 역전세 대란' 여전[2024 공시가격]

연립·다세대 공시가 하락 추세 유지…전세가 또 내려야 할 듯

10일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3.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1.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A 씨는 지난 2022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를 2억 3000만 원에 임대를 줬다. 다만 공시가가 2년 새 1억 6800만 원에서 1억 5700만 원으로 1100만 원 떨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기준에 맞추려면 1억 9782만 원에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당장 현금 3000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B 씨는 경기 안양의 한 빌라를 지난 2022년 전세 2억 400만 원에 임대했다. 다만 A 씨와 마찬가지로 2년 새 공시가가 1000만 원 내리며 HUG 전세보증금 반환 기준을 맞추려면 1억 5498만 원에 다시 전세를 내놔야 한다. 당장 계약 만기 시 4900만 원의 현금이 더 필요하게 됐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며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동결됐지만, 지난해 전세사기, 전세대란 등 여파로 집값이 내려간 연립·다세대(빌라) 등의 공시가가 대부분 내려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특히 빌라의 경우 작년 공시가격 하락,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 등으로 전셋값이 급락해 '역전세' 등 문제가 발생했는데, 올해 또다시 비슷한 역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9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작년 대비 평균 1.52% 상승하면서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동주택 공시 제도를 도입한 지난 2005년 이래 6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절댓값 기준으로는 3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앞서 지난해 국토부는 올해 현실화율을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 등을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으로 평균 69.0%며, 가격대별로 9억원 미만이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69.2%, 15억원 이상 75.3%이다. 지난 2022년 이미 2023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바 있어, 동결에 따라 올해도 3년 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시행되기 이전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전세사기 등 여파로 빌라, 오피스텔 등 공시가격이 대부분 내려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시 비아파트 역전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일례로 공시가격 적용 비율은 지난 2022년까지 150%였으나, 지난해부터 140%만 적용되고, 여기에 지난해 5월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에 따라 전세가율은 100%에서 90%로 강화돼 실질적으로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 이내여야 보증가입을 할 수 있게 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기존 전세가를 유지해도 거래할 수 있는 매물들을 지난해 5월부터 가격을 내려야 상황이 발생했다. 강화된 전세보증 가입 기준에 맞추려면 기존 전세가 대비 126%로 전세를 다시 내놔야 해 수천만 원씩 기존보다 전세가를 내려야 하는 '역전세'가 발생한 것이다.

A·B 씨와 같이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들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강화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기준을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물건의 경우 내려간 공시가만큼 추가로 전셋값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인 지유리 전국임대인연합회 회장은 "전세가율을 공시지가에 반영하는 것은 전셋값을 통제해 거래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공시지가 보다 감정평가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시가격에 의견이 있으면 다음 달 8일까지 의견서를 알리미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제출하거나, 관할 시·군·구 민원실, 한국부동산원에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의견청취절차 및 중앙부동산가격공시 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다음 달 30일에 공시 예정이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