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무보험 사고' 정부보장사업 보상 확대 나선다 [모빌리티on]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해마다 1만5000건 이상의 뺑소니·무보험 사고가 발생해 사망 및 부상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인적 피해 보상만 가능하고 물적 피해 보상은 가능하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보장사업 인적 피해 보상만 가능…물적 피해 보상규정 없어

2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서는 피해자가 다른 수단으로는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인 뺑소니·무보험, 차량 낙하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 목적으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정부보장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부보장사업으로 정부 보상금을 신청한 피해자는 피해 규모에 따라 책임보험 한도인 사망 또는 후유장애 시 최대 1억5000만 원, 부상 시 최대 300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차량의 손상 같은 물적 피해만 발생했다면 정부보장사업으로 보상이 불가하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0조에 따라 인적 피해에서만 보장이 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회에서도 정부보장사업의 범위 확대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은 작년 6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에 대물피해 보상 추가 등’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정부보장사업에서 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 범위 확대가 제안됐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물적 사고의 경우 위장신청 또는 과다신청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대물보상 재원 확보를 위해 현행 정부보장사업에 드는 책임보험료 1%의 분담금(대당 1300원) 외 추가 분담금 때문에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진흥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서는 인적 피해를 동반하는 사고로 한정해 보상하거나 자기부담금 제도를 도입해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대물피해 보상 규모가 인적피해 보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미비하다고 판단한다.

◇독일은 물적피해 최대 122만유로까지 보상…모빌리티 시대 보장 확대 필요

정부보장사업과 관련해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보다 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의 범위가 넓다.

영국 자동차보험국(MIB)에서는 무보험·뺑소니 사고로 인한 재산 손해를 특별손해로 간주해 보상절차를 진행한다. 프랑스 자동차보증기금(FGAO)에서는 피해자의 물적 피해에 대해 120만 유로(17억3300만 원)까지 보상한다. 다만 물적 피해는 피해자의 인적 손해까지 동반하는 경우에만 보상한다.

독일 교통사고피해자지원기관(VOH)에서는 의무보험법(PfIVG)에 따라 물적 피해에 대해 보상금이 최대 122만 유로(17억6200만 원)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정부보장사업 편의를 위해 지속적인 개선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작년부터 기존 10개 손해보험사에서 위탁 수행하고 있던 정부보장사업 보상업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으로 이관해 신청과 보상 창구를 단일화했다.

사고로 인해 경황이 없는 피해자가 정부보장사업 신청을 놓쳐 보상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업무 절차도 개선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뺑소니·무보험 등 사고 피해를 제출할 경우 진흥원이 관련 자료를 신속히 전송받아 피해자에게 선제적으로 정부보장사업 보상금 신청을 안내해 피해자 불편을 최소화했다.

진흥원은 그러나 여전히 인적 보상 한도금액이 현실적으로 적고, 물적 보상 한도가 없다는 점에서 보상금액 상향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통수단이 다양해지는 모빌리티 시대의 피해 보상을 위해서도 정부보장사업 범위 확대의 당위성이 충분하다.

자율주행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개인형 이동장치(PM) 등이 상용화됨에 따라 사고로 인한 물적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사고 원인이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구제방안이나 사전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사고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다"며 "이런 역할을 정부보장사업의 영역 확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