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쏙 드는데, 집이 안 팔려"…갈아타기 집주인 '발동동'

기존 집 처분 못해 갈아타기도 막혀…아파트 거래 '뚝'
매수 심리도 '꽁꽁'…"신생아 대출 파급력 제한적일 것"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2023.1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수도권에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서울 외곽 지역의 신축 아파트 중 마음에 쏙 드는 급매물을 찾았다. 34평 크기의 8억원대 아파트인데, 뻥 뷰(뻥 뚫린 뷰)에다 집 내부도 깨끗해 매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기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데, 도통 팔릴 생각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서울 외곽 지역에 사는 B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상급지로 갈아타기 계획을 세운 지 벌써 6개월이 다 돼가지만 기존 집 처분이 되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간다. 연내 처분하겠다고 결심하고 호가도 2억원가량 낮춘 급매물로 내놓았으나, 결국 무산됐다. B씨는 "집을 보러 온 이들이 20명은 되는 것 같은데 둘러보기만 하고 막상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시장에 몰아치는 매서운 한파로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해 갈아타기도 막히는 등 거래 절벽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836건으로 올해 1월 1413건 이후 10개월 만에 1000건대로 주저앉았다.

하반기 들어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9월부터 불황기로 접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8월 3899건으로 월별 최다 거래량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아파트값이 하향 조정되며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전국 아파트값은 5주 연속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도 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월별 KB 선도아파트 50지수(KB부동산).

서울 대장주 아파트값의 흐름을 보여주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도 12월 들어 4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 지수는 전국 주요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것으로 송파구 '헬리오시티',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된다.

가격 변동에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의 방향성을 예상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되는데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며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매수 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연 1~3%대 저금리로 최대 5억원을 대출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하지만, 수혜 가구가 한정된 만큼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대상이 되는 9억원 이하 주택 거래가 간간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수혜 가구가 한정돼 특례보금자리론 정도의 시장 파급력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2월 이후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가 부과되는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으로 대출 한도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매수 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