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인데 쿵쿵…층간소음 아파트, 다 지어도 준공 불허 (종합)

보강공사 미완료시 명단 공개…입주 지연 피해 손해배상
기존 주택 소음완화 지원…저소득층 방음매트 '재정보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층간소음 방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박기현 기자 =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시공을 강제하고, 준공승인도 유예하기로 했다. 이미 입주를 끝냈거나 준공한 단지에 대해선 보강공사와 저감매트 지원을 강화한다

공공주택은 2025년부터 현행대비 4배 강화(49dB→37dB이하)된 바닥구조 1등급 수준으로 적용하는 등 기준 자체를 높인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층간소음 방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소음 기준 미충족 시 '준공' 보류…"분양가 인상? 없을 것"

이번 방안은 공동주택 건설시 소음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보완조치가 권고사항에 불과해 보완조치 이행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에서 나왔다. 현행법상 소음기준 미달 시에는 보완시공이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선택할 지는 시공사의 선택사항이다. 즉, 수분양자의 의사는 반영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소음 기준에 미달하면 준공을 불허하기로 했다. 준공승인이 나지 않으면 수분양자의 입주가 금지되며, 이로 인한 지연 배상금은 건설사가 물어야 한다.

준공을 받으려면 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시공을 해야 한다. 사후조치를 이행하지 못하면 지자체가 사용승인을 보류된다.

다만 장기 입주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보완시공을 손해배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대신 사업주체가 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 임차인·장래매수인 보호를 위해 해당 아파트 명단을 공개한다.

정부는 소음 기준 자체를 높이기 보다는 원칙 준수를 강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급격한 변화는 업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층간소음 관련 기준 자체를 높인다는 내용이라면, 업계에서 갑작스레 대처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기존의 원칙(규정)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도 유의미한 정책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공 중간단계에도 층간소음을 측정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검사 세대 수도 현재 2→5%로 확대해 검사의 신뢰도를 제고한다.

소음 기준 점검 시기는 준공 8~15개월 전으로 앞당긴다. 공사 완료 후 보완시공을 해야 할 때 바닥 전면재시공이 불가피해 보완시공이 곤란한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지자체별 품질점검단은 골조 완성 전후로 바닥마감재 시공이 완료된 샘플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해 검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완하도록 한다.

손해 배상과 관련해선 주택공급규칙상에 입주지체상여금을 산정하는 기준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없던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분양가로 비용이 전가되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익이 조금 줄어들지는 모르겠다마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게 아니다"며 "추가적인 기준 도입이나 상향을 통해서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소음피해) 손해나 피해가 발생하면 모두 건설사가 책임지도록 현재에도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층간소음 방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3.12.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미 지어진 주택은 보강공사 지원…比아파트도 포함

이미 지어진 주택의 층간소음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완화한다.

우선 바닥방음 보강공사 지원을 강화한다. 현재는 융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대상·금액·금리 등에 한계가 있어 자발적인 바닥 방음공사 유도가 원활하지 않았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는 재정을 보조하고, 그 외에는 융자 지원방안을 검토한다. 융자 지원 대상을 조합 이외에 개인이 시행하는 바닥방음 보강공사까지 확대하고 조건도 합리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융자는 기금운용계획을 개정하고, 재정 보조는 예산 일정을 고려해 2025년부터 시행한다.

방음매트 시공 지원 또한 2025년부터 유자녀 저소득층 대상의 보조사업으로 전환한다.

장기적으로는 층간소음 없는 공동주택 건설 기술 확산을 위해 공공이 앞장선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경우 준공 유예 등의 대책을 적용하진 않지만, 방음매트 시공 등은 지원할 방침이다.

유혜령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법상에 30가구 이상의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받는 주택을 공동주택이라고 한다"며 "건축 인허가를 받는 비아파트 부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기축 주택에 대한 매트나 리모델링 비용은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다른 비아파트도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에는 2025년부터 층간소음 1등급 수준(37㏈ 이하)을 전면 적용한다.

LH 공공주택에는 바닥 두께를 기존보다 4㎝ 상향(21→25㎝)하고 고성능 완충재를 사용한다.

이를 위해 2024년 시범단지부터 1등급 수준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고 시험시설 건립 등 기술검증을 거쳐 민간에 확산하도록 지원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새로운 기준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현행 기준을 잘 지키도록 하는 방안으로서 이미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건설사라면 이에 따른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건설사가 품질관리를 허술하게 하여 발생한 불편을 국민들께 전가할 수 없도록 하겠다"며 "층간소음 종식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