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도 공사비 갈등…이주완료 후 10개월째 미착공
신답극동-쌍용건설, 평당 800만원대 공사비 협상 난항
리모델링, 재건축보다 高비용…공사비 갈등 계속될 듯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으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주완료 후 10개월째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도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신답극동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주 완료했지만, 10개월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인 쌍용건설 간 공사비 협상이 길어지면서다. 애초 착공 예상 시점은 올해 6월이었다.
조합은 지하 1층~지상 15층, 2개 동, 총 225가구 단지를 지하 3층~지상 17층, 총 254가구로 수평증축형 리모델링을 추진하며 시공사로 쌍용건설을 선정했다.
지난해 5월 본계약 체결 당시 공사비는 3.3㎡(1평)당 660만원이었는데, 쌍용건설이 올해 들어 평당 870만원으로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며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협의 이슈는 부동산경기 침체 및 자재비 급등에 따라 건축업계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조합원들의 부담 증가는 십분 이해하지만,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통상 재건축보다 높은 공사비가 요구된다. 재건축은 전면 철거 후 다시 건물을 올리면 되지만,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유지한 채 인력 철거가 이뤄지고 구조 보강도 함께 필요로 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쌍용건설이 최근 평당 870만원에서 840만원으로 낮춰 다시 제안했지만, 조합은 평당 800만원 이상의 공사비는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송파구의 오금아남이나 송파성지 아파트도 공사비가 평당 800만원을 넘지 않았다"며 "추석 연휴 이후 다른 시공사로 교체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정비사업이 불가능해지자 서울 한강 변 등 알짜부지를 비롯해 서울 곳곳에 한때 리모델링 바람이 불었다.
한 리모델링 추진 조합장은 "용적률이 이미 서울시 기준 최대치인 300%를 넘어선 아파트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아파트가 준공된 지 30년이 넘어야 하는데, 심각한 주차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초기 계약 이후 급격한 원자잿값 인상 등 여파로 리모델링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적용을 받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리모델링은 주택법 적용을 받아 한국부동산원 등을 통한 공사비 검증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지에스건설(006360)이 처음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강남구 청담건영의 평당 공사비는 900만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94년 준공된 청담건영은 19층 높이 2개 동, 총 240가구로 구성된 한강 변 아파트다. 조합은 고급 빌라가 많은 청담동 일대에 용적률이 397%에 달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GS건설은 2018년 청담건영 조합과 3.3㎡당 687만원으로 계약할 당시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중 최고 금액이었다. 당시 리모델링 공사비는 3.3㎡당 평균 500만원 미만이었다.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거쳐 총 262가구로 증축, 22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강남권인데다 한강변 상징적인 단지인 만큼 고난도의 설계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은 청담건영의 공사비 협상과 관련해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아직 조합에 공사비를 제안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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