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없어도 수신료 2500원 내라고?…아파트 관리사무소 '불똥'
정부, 분리징수 시스템 구축 전까지 관리사무소에 요청
"납부 의무는 그대로, 오히려 더 번거롭다" 입주민 불만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불똥이 튀었다. 앞으로 최소 3개월간 현재 전기료에 포함된 TV 수신료 2500원을 희망 세대에만 분리 고지해야 하는데, 입주민들은 "선택에 따라 안 내도 되는 것 아니었느냐"고 성토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TV 수신료 관련) 완전한 분리 고지와 징수 준비가 완료되기까지 약 3개월의 과도기동안 통합 고지하되, 분리 납부를 희망하는 세대에만 분리 납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신청서와 접수된 세대 명단이 한국전력공사에 전달·공유될 수 있도록 각 아파트에 독려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수도권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단지 내에 'TV 수신료 분리 신청 접수'를 안내했다.
A아파트에 게시된 안내문을 보면 "TV 수신료 분리 납부를 원하는 주민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달라"며 "분리 납부 신청 세대는 별도 입금할 한전 수납용 계좌를 관리비 고지서와 게시판에 별도로 안내해 드릴 예정으로, 별도 계좌에 직접 입금하시기를 바란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분리 납부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TV를 보유한 경우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TV 수신료의 납부 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미납 시 70원의 가산금이 부과될 수 있으니 유의해달라"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안내문을 접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로 선택에 따라 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었느냐"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입주민은 "전기 요금에 TV 수신료 2500원이 합산되냐, 따로 내냐 차이만 있을 뿐 내야 하는 것은 그대로인 점을 이번 안내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별도 계좌로 내야 하면 오히려 더 번거로운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입주민들 중에선 "집에 TV가 없더라도 방송 수신 기능이 있는 '주방 모니터'가 있으면 수신료를 부담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문제 제기도 나온다. 주방 모니터는 아파트에 기본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지상파 등 방송 수신도 하고 있어 TV가 없어도 수신료 부담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보니 지역별, 아파트 단지별 대응도 중구난방이다.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신료는 그대로 내야 하고 납부 방법만 바뀔 뿐이다"며 "한전과 KBS가 수신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 별도로 분리 징수 신청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과 분리한 TV 수신료 2500원을 누가 징수할지를 놓고도 논란이 한창이다. 한전에 따르면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할 경우 연간 징수 비용이 최대 22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 책임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반발한다. 협회는 성명을 내고 "수신료 관련 모든 업무는 한전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전국의 통일된 행동을 위해 명확한 대응 지침을 신속히 공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과도기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며 "과도기가 끝난 이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수금을 대행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징수할지는 한전과 KBS가 아직 논의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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