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에 조합은 시공사 교체, 건설사는 사업 포기[수주戰]②

수원·성남·부산·창원·양주 곳곳서 조합-시공사간 갈등
조합 시공사 선정 수차례 실패…甲乙 관계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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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원자재 가격, 물가 상승 등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조합은 더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는 시공사로 교체하는 강수를 두고, 시공사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장은 입찰하지 않거나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 공사비는 3.3㎡당 549만5000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3월 GS건설 측에서 3.3㎡당 1000만원에 가까운 987만2000원를 다시 제안하며 갈등이 시작되면서다. 조합 측은 높은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3.3㎡당 807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결국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입장 차이가 크자, 소위 '1군 브랜드'에서 중견건설사로 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를 제안하는 건설사로 갈아타기 위해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중견건설사의 공사비도 감당하기 힘든 조합도 나오고 있다. 창원 진해구의 경화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한양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경화구역 주택재개발은 경화동 533번지 일원에 지하 2층~지상 15층, 28개동, 141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주택 브랜드 '한양수자인'을 보유한 한양이 지난 2020년5월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양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정비계획 변경안 등을 조합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사 지연에 부담을 느낀 조합 측이 결국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기도 양주 삼숭지역주택주합은 현대건설과 체결한 MOU 및 공동사업협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당초 공사비 대비 약 25% 가까이 높은 3.3㎡당 약 643만원의 공사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조합 측은 늘어난 공사비에 난색을 표했고, 최근 쌍용건설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이에 앞서 경기 성남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기존 시공단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계약 당시보다 49%가 오른 661만2000원의 공사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경우 시공사인 호반건설과의 계약 해지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8월 정기총회에 계약 해지 안건을 올리기로 하면서다. 조합 측은 현재 시공사가 운영비·사업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시공사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설계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확실한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시공도 포기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오른 공사비를 감당할 현장이 아니면, 수주 참여도 꺼리고 있다. 조합 측의 경우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 후, 새 입찰 시공사가 없어 공사가 늦어지기도 한다. 조합-시공사간 갑을 관계가 뒤바뀌는 모습이다.

DL이앤씨의 경우 최근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참여를 자진 포기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 부담과 건설경기 및 수주환경 등 외부 상황에 변화가 있어, 부득이하게 사업 참여가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경기 성남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도 기존 시공단(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과의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계약 당시보다 49%가 오른 661만2000원의 공사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 해지 후 새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고, 결국 기존 시공단과 재협상에 나섰다.

경기 수원 권선6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시공사업단(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코오롱글로벌)과 3.3㎡당 630만원대 공사비에 합의했다. 지난해 7월 3.3㎡당 538만원 수준이었던 공사비가 1년채 되지 않아 18.5% 오른 셈이다.

지난 2018년 권선6구역 관리처분계획인가 당시 공사비는 3.3㎡당 423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원자잿값 상승 등 공사비 인상으로 지난해 538만원으로 한차례 인상됐고, 올해 한차례 더 인상됐다. 첫 책정된 공사비 대비로는 50.8% 오른 셈이다.

여러차례 시공사 선정을 실패한 조합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의 경우 시공사 선정 입찰을 다섯차례나 진행했으나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광진구 중곡아파트도 1차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2차 입찰에서 3.3㎡당 공사비를 기존 65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올렸다.

양천구 신정수정아파트도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에 뛰어든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이외에도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 마포구 공덕현대 재건축, 강동구 암사동 495 가로주택정비사업 등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상황이다.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 사례는 추후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주거용 건물)는 지난 4월(잠정) 150.25로 전년 동월 144.49 대비 6p 가까이 올랐다. 2년 전인 2021년4월 128.0 대비로는 22.25p나 올랐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