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래 듣고 영화 봤다고 처형…흰 드레스 입으면 '반동'"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통일부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주민 통제 관련 법령들을 근거로 북한 당국이 강행한 공개처형 사례들을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처음 수록했다고 27일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2024 북한인권보고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보호법(2023)을 근거로 주민 통제에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한 예시로 지난 2022년 황해남도에서 22세 청년이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시청하고 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됐다는 탈북민의 증언을 담았다.

특히 청년들 대상 교양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동향도 담겼다. 이 따르면 북한은 휴대전화를 수시로 검열하며 주소록에 '아빠', '쌤'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사용하는지 단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행위,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행위, 선글라스 착용 등도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고 처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보고서엔 또 지속적인 탈북민 강제북송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사례(다수 여성권 침해 사례 포함),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등도 별도 파트로 분리해 다뤘다.

이외에도 평양 등 다수 지역에서 보고된 종교 탄압과 북한 주민들의 일상화된 마약 사용 실태 관련 증언을 심층 분석해 수록했고 국내외 주요 관심사인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소책자(리플릿) 형태의 '요약보고서'와 '영상보고서'도 제작했다. 영상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북한인권홍보대사인 유지태 배우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북한인권보고서는 2016년 3월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서 이듬해부터 매년 비공개로 발간됐는데, 2023년부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제대로 알린다는 취지에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보고서의 근간이 된 탈북민 508명의 증언에 2023년 조사한 141명의 증언이 추가됐다.

보고서에는 △북한 인권 증진 정책·노력 △관심이슈(정보통제, 강제북송, 해외 파견 노동자, 코로나19)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이산가족)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총 6개의 장, 478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보고서 발간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연대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나아가 올해 11월 개최될 유엔의 제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가 북한 당국이 인권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2024북한인권 국제대화, 주한 외교관 대상 설명회 등 국내외 후속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 공론화 계획을 밝혔다.

2024년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최초의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는 2014년 COI 보고서 이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업데이트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