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은
'중국통' 상실로 中과의 관계 기류변화 촉각...中, "北 내부의 일일뿐"
대남 무력 도발 가능성...朴 정부 대북 정책에 악영향 우려
美 "北 야만성 보여줘"비판, 핵문제 등 두고 불편 관계 지속 예상
-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장성택은 단순한 북한 내 권력 실세 차원을 넘어 북한의 주요 대외정책에도 깊게 관여해온 인물인만큼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적으로 '장성택 사태'가 북한의 대중국 정책, 또는 북중 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과 중국은 오래된 혈맹관계를 유지해오며 정치적,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쳐왔다.
비록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으로 양국의 관계가 잠시 소원해졌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 사업 추진 소식이 다시 꾸준히 들려오는 등 관계회복 국면에 들어선 흐름을 보였다.
특히 최근 한-미-북-중 간 활발하게 접촉이 이뤄졌던 6자회담 재개 관련 국면에서 중국은 사실상 북한과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동북아 외교에서 북한과 중국은 사실상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음을 새삼 부각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북한의 '중국통'인 장성택의 부재는 향후 북중 관계에서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장성택이 방문했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장성택을 만나주는 등 사실상 국가수반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줬다.
장성택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의 극진한 대접이 시사하는 바는 컸다.
반면 김 제1위원장이 지난 5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냈을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장성택의 숙청을 결정한 북한이 이같은 사실을 중국에 사전에 통보하고 협의했을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인물이 장성택을 대신해 중국통을 맡게 될지 여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대체적으로는 중국이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별다른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중 관계가 큰 무리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장성택의 처형 사실이 전해진 뒤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이웃국가로서 조선(북한)이 국가안정, 인민행복, 경제발전을 이루기 바라고 있다"는 원론적이면서도 우호적으로 비칠 수 있는 말을 했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북중 간 경제사업을 주도하며 몰래 자금을 빼돌려 축적한 것이 근거있는 이야기라며 중국 역시 장성택의 제거에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에서 북한과 사전에 교감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홍레이 대변인이 이날 "북한과의 무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지속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도 향후 북중 관계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로 제시된다.
북한의 대남 관계에서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장성택은 지난 2002년 한차례 경제시찰단으로 남한을 방문하는 등 대체적으로 남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던 온건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개방경제'를 직접 건의한 것으로도 알려지는 등 북한의 경제관련 대남정책에 있어 일정부분 관여했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장성택의 숙청이 향후 남북간 경협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개성공단 관련 남북 협의가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되는 등 현재까지는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경협 향배와는 별도로 대표적인 대남 온건파에 대한 숙청을 진행한 북한이 내부의 체제 결속을 위한 방편 등으로 단기적으로 군사도발을 감행할 우려는 배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행보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대북, 동북아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4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예측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외교부청사에서 개최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늘 아침 북한의 장성택 처형 긴급 보도에서 보듯이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고 말하는 등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는 이번 사태에 면밀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장성택에 대한 판결문에서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남한을 의미)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해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 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는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한 점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이 장성택에 대한 재판과 사형을 집행한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의 G20 대표단 개성공단 방북도 허용하는 등 이번 사태와 남북관계를 별개로 가져가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는 현재와 같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날 장성택의 사형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벤트렐 부대변인을 통해 "이는 북한 정권의 극단적인 야만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장성택이 북미 관계에 관여된 인물이 아닐뿐더러 미국과 북한은 과거부터 일대일 교류 없이 다자간 틀 속에서 대화를 하는 '비공식' 관계이기 때문에 장성택의 부재 자체가 줄 향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이 제4차 핵실험 등 내부결속을 위한 고강도 전략을 쓰게될 경우 최근 핵을 놓고 '선포기'와 '선대화'로 맞서고 있는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러시아로서는 북한이 이날 장성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5월의 경제개발구법 제정을 언급, "지하자원 등을 망탕 팔아먹어 심복들이 거간꾼들에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고 그 빚을 갚는다며 지난 5월 나진-선봉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비난한 것에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진-하산 철도 사업에 대해서 우리 기업들의 간접 투자까지 결정되는 등 북러간 경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북한의 언급은 북한이 개방경제 기조를 한동안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북러간 경제협력이 다시 흐지부지해 질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있다.
일본의 경우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장성택 처형이 향후 동북아 관련 정세에 미칠 파장에 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관계국과 긴밀히 연계하면서 냉정히 정세를 주시하고 정보수집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이 전해진 뒤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고위급 장성택 측근 망명설의 사실 여부가 동북아 정세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지 공식 확인된 망명 인사의 이름은 한명도 없는 가운데 꾸준히 고위급 인사의 중국으로의 탈출 정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인사의 급에 따라 지난 1997명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보다도 더한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또 이미 한-미-북-중 정보 기관이 중국으로 탈출한 인사의 신병확보를 위해 첩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seojib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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