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만 재확인한 윤한…"김 여사 문제 인식 좁히지 못해"

윤 대통령, 김 여사 3대 요구 사항 사실상 거절
양측 독자노선 걸을 듯…거야 특검법 정국서 공멸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제27회 IAVE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갈등 봉합을 위한 면담을 했지만 오히려 서로간 간극만 확인하면서 갈등이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21일 1시간 20분간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에 따라 과감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 절차에 적극 협조,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전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이들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은 대통령의 권한, 의혹 규명은 객관적 혐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측이 가장 근접한 것은 여사의 활동 중단 부분이지만 이마저도 자제 수준에 그치면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지금도 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여론을 참작해 좋은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는 식으로 한 대표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 처리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 대표는 여론 계속 악화될 경우 김 여사 특검법 표결 찬성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우리 당 의원들이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나로서도 도리가 없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 의원들을 믿고 있다는 표현인 동시에, 한 대표의 이른바 '여당 내 야당 노선'에 대해 불편한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은 벌써부터 독자 노선을 걷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친윤계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이에 한 대표는 22일 친한계 인사 20여명과 만찬 회동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세력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치면서 김 여사 문제가 장기화되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거대 야당이 밀어붙이는 '특검법' 정국에서 여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지면서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한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보수진영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선 의원을 지낸 한 원로 정치인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며 "둘 사이에 금이 가면 정권은 날아가는 것이다. 두 사람이 과거에 긴밀했던 관계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사실상 결별 상태라며, 앞으로의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에 관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사과·인정·반성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여권 내 분열이 지속되면 보수 진영의 붕괴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국이 2016년 최순실 사태 때와 비슷한 구도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