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여우야환'…야, 김여사 증인 압박에 여당서 '오빠' 패러디
여 대변인 '배 나온 오빠' 글 논란
야 공세에 소극적 대응 여에 불만 기류도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대통령실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계속 김건희 여사에 관한 언급으로 정쟁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수세적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정관계 악화를 우려해 여당을 상대로는 대응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속앓이만 길어지는 모습이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편을 일컬어 '배 나온 오빠'를 지칭한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불쾌한 기류가 감지된다.
공식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여당 대변인이 영부인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면담을 앞두고 현직 여당 대변인이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여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배 나온 오빠'가 김 여사가 명태균 씨와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을 상기시킨다며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여당 공보라인을 향한 불편한 시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당에 한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공보라인이 대통령실을 향한 야당 공세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김 대변인도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번 대변인 게시글 같은 경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김 여사도 하루빨리 '내가 쓴 글의 오빠는 내 남편'이라고 자백하라"고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민주당은 명 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언급한 '오빠'가 김 여사 친오빠가 아닌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주장한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실에서 대야 발언 수위가 높아진 원인도 여당에서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정혜전 대변인이 지난 7월 취임한 후 '오물탄핵', '나치·스탈린 전체주의', '괴담 진원지' 등 과거에 비해 발언이 대폭 강경해진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은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용산에서라도 할 말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로서는 여당을 향한 공개적 언급이 자칫 당무 개입으로도 비칠 수 있어 불만을 속으로 삼켜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번 김 대변인 게시글 논란에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냈던 강명구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정도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대표야 지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인적 쇄신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당 특정 인사에 관해 경질하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런 사이에 야당은 다음 달 1일 예정된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대정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국정감사 당일에도 야당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문제 삼으며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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