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독대 앞둔 윤-한…'김건희 라인' 두고 정면충돌

한 "그런 라인 존재 안 돼" 용산 "야당도 이렇게 안 해"
회동 무산까진 아직…재보궐 선거 결과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4.10.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음 주로 예정된 독대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가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검찰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인사 문제까지 겨냥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0·16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15일, 한 대표가 전날까지 나흘 연속 김 여사를 정면 거론하면서 대통령실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김건희 라인' '한남동 라인'을 꺼내들자, 공식 대응을 자제하던 대통령실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 여사 측근들을 사실상 '비선 조직'으로 지목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선 때부터 대통령 부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전·현직 비서관과 행정관 7명이 이른바 '한남동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일곱 간신'이라는 표현과 함께 이들의 명단이 나돌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동안 말을 아껴온 대통령실도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다"며 "이런저런 사람이 얘기하는 유언비어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발언이 선거 패배 시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 지도부에 '서운함'을 표했고, 또다른 관계자는 "야당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독대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일단 파국은 피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0·16 재·보궐 선거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 주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여는 새해, 2023 신년음악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독대가 이뤄진다면 한 대표는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기소 여부 결정, 한남동 라인 인사들의 경질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독대에서 제시할 요구가 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 독대의 의제, 형식, 날짜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일단 16일 재보궐 선거까지 공식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건 한 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일일이 의견을 내기보다는 침착하게 종합적인 상황 관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저희는 아무 입장이 없다. 대응을 안 하는 상태"라고 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보수진영 내 분열이 계속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정 갈등으로 인해 야당이 어부지리로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자세를 낮춘 배경은 정치적 상황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명태균 씨의 폭로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명 씨는 전날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대선 경선 국면이던 2021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자신과 매일 수차례 통화하면서 가장 가까이 지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공식적으로 보좌하기 위한 제2부속실 출범도 추진 중이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국정감사가 끝난 후 제2부속실이 출범할 예정이다. 국민의 요구와 당의 요청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사무실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김 여사를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권은 기대하고 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