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감' 뒤로 하고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외교' 집중

내일부터 22대 첫 '국감'…환송 환송 불참, 오후 친한계 만찬
"김대남 스스로 거취 판단해야"…갈등 추가 확산 차단 의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과 싱가포르 국빈 방문과 라오스에서 열리는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4.10.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관계 등 윤 대통령 앞에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9일까지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각각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관계 강화와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0일에는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할 예정이다.

중요한 외교적 행보를 앞두고 국내 정치적 부담이 윤 대통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최대 고민거리는 당장 출국 다음 날(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다. 이번 국감은 이른바 '김건희 여사 국감'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김건희 심판 본부'를 꾸린 더불어민주당은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나온 의혹들을 종합해 다음 달 더 센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김 여사가 이번 방문에 동행하는 만큼, 김 여사의 단독 행보가 부각되면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국감을 앞두고 보수 단일대오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관계는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여사 문제로 인한 독대 무산과 한 대표를 제외한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SGI서울보증 상임감사)의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 등이 이어지며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출국길에 한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10·16 보궐선거 지원 유세차 부산을 방문 중이지만, 오후 서울로 올라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취임 후 첫 만찬을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독자 세력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대통령실 내에선 김 여사 특검법 부결이 당론이었던 국민의힘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오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4명이 추가로 이탈하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상관없이 특검법이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104표에 주목해달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윤한 갈등이 이탈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여당 내에서 '이번이 마지막 부결'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사과 여부도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민심에 부응하고,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사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익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한 만큼, 이달 안으로 예상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기소 여부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행정관 문제 역시 대통령실에 부담을 주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 "김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며 한 대표를 공격할 경우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부적절한 처신을 한 만큼 김 전 행정관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위 관계자는 "본인이 탈당했고 잘못했다고 사과했으니 스스로가 거취를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관련 의혹이 당정 갈등에 기름을 붓고, 특검법 이탈표로 이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갈등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중에도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감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