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반헌법적 발상" 대야 강경 비판…독대 논란 돌파

임종석 '두 국가론' 정조준…북 동조 인상 부각
체코 원전 비판에도 "국민 위한 길 성찰하라" 반박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4.9.1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야권 일각에서 나온 '남북 두 국가론'을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전선(戰線)을 옮기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윤석열-한동훈 독대 논란으로 두 사람 간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야 강경 메시지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꺼냈던 두 국가론을 정조준했다.

윤 대통령은 "평생을 통일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얘기하던 많은 사람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갑자기 주장을 급선회했다"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 반민족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두 국가 논란은 임 전 실장이 지난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두 개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임 전 실장은 대한민국 영토를 규정한 헌법 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도 함께 내세웠다.

여권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돌아선 와중에 임 전 실장이 두 국가론을 꺼낸 것은 북한 정권에 동조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라고 따져 물은 것도 이 같은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8·15 통일 독트린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평화통일을 실행으로 옮기겠다고 천명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두 국가론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화통일 추진은 헌법적인 명령이자 대통령의 책무"라며 "정치적 중량감이 있는 전직 대통령비서실장이 하는 말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윤 대통령이 생중계되는 모두발언에서 야권을 향한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은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라는 결과가 나온 것에 더해 보수층 이탈 현상도 일부 관찰됐다.

아울러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독대가 성사되지 못하며 윤-한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윤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여권에서는 독대 요청 보도를 두고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과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를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두 국가론이 여론의 시선을 야권으로 돌릴 수 있는 이슈가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도 야당을 겨냥해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으면 지금 기업들이 원전 시장에서 훨씬 더 선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