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협의체 수용 대통령실, '의정대화' 문턱 낮춰 출구 모색
의료개혁특위 참여·의료계 통일안 등 조건 완화
'뺑뻉이 응급실' 우려 확산 작용…"이젠 대화해야"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대통령실은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4자 협의체' 제안을 수용하며 의대 증원 문제에 관해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 우려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4자 협의체가 꼬일 대로 꼬인 의정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4자 협의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내놓은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의정갈등 대책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한 대표가 던진 안을 수용했다는 점과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에 관해 원점 재검토 의사를 내비치는 점을 들며 '기류가 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까지 대통령실은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고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에 관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들며 반박해 왔다.
정부 출범 이후 의대 증원안을 확정하기 전까지 37차례에 걸쳐 의료계와 의대 증원 논의를 계속해 왔고, 지금도 의료계가 얼마든지 의료개혁특위에 들어와 정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여야의정 4자 협의체를 수용한 것은 이전과는 기류에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대화 문턱이 낮아진 점도 대통령실이 한 발 더 물러선 지점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 규모 조정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통일안'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장 입시가 시작된 2025학년도는 건들 수 없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조정이 열려있다는 점은 대통령실이 여러 차례 밝혔던 사항이다.
하지만 교수·전공의·의대생 등으로 파편화된 의료계가 윤 대통령이 요구한 것처럼 단일한 의견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여야의정 4자 협의체에는 의료계가 조건 없이 들어와 의대 증원 규모에 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표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 그룹이 협의체에 들어와 의견을 제기한다면 그게 합리적인 안이 되는 것"이라며 "이전처럼 합의를 이뤄서 올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지만 정부가 증원 규모에 '유연하다'는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뜻이다. 의료계가 이런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꽉 막힌 의대정원 조정 논의가 물꼬를 틀 가능성도 열려있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한다면 합리적 대안 제시에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의료계에 한 번 더 손을 내민 것을 두고 장기화한 의정갈등에 여론이 피로감을 느끼고 돌아서는 상황이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뺑뺑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응급실 현장을 직접 찾아 '불 끄기'에 나섰지만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료계가 대화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아울러 야당을 대화에 끌어들이게 되면 대통령실과 정부가 온전히 직면해야 했던 책임을 일정 부분 공유하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이제 의료계가 정부와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의정 4자 협의체뿐 아니라 의료개혁특위 내 인력수급 추계 기구 산하 전문위원회에서도 의료계가 5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놔 대화 채널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결정만 한다면 의료계가 선택한 전문가가 주도해 추계를 해볼 수 있다"고 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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