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셔틀외교 복원-대중관계 개선…尹, 동북아 외교 정상화

[한중일 정상회의] 아세안+3, 양자회담 등에서 적극적 움직임
경제·통상 협력 강화 성과…미중 경쟁 속 미묘한 기류 남아있기도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과 꼬여있던 관계를 풀며 셔틀외교 복원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중 관계 개선의 발판까지 마련하며 동북아 외교 정상화를 향해 박차를 가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함께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019년 12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개최된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의 복원과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 리창 총리는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선언을 발표, 3국은 이번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을 재활성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중일은 3국 정상회의 및 장관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3국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경제·통상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선 26일에는 리 총리와 양자회담도 가졌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재개를 비롯해 한중외교안보대화 신설, 13년째 중단됐던 한중투자협력위원회 재개,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 개최, '한중 공급망 핫라인' 수시 가동,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 등을 합의하며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윤석열 정부에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을 "협력 파트너"라고 밝히며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후 정부는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했고, 윤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셔틀외교 복원 등 양국 관계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윤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은 한미일 공조 강화로 이어졌다. 한미일은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모여 삼각공조의 수준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공급망, 첨단기술 협력 제도화를 비롯해 3국 정상회의 및 연합군사훈련 정례화 등 다양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북핵 위협이 급증하고, 대만해협 문제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고, 공급망 불안감 등이 커지면서 한미일 공조는 우리의 안보, 경제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중 외교에 소홀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번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아세안+3 정상회의 및 같은 회의를 계기로 진행됐던 양자회담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양측에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끝내 이번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 리창 총리 모두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3국 협력 복원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에 감사하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여전히 노력해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 중국은 3국 간 경제, 통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하며 경제·무역 문제의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 무역 보호주의와 디커플링에 반대해야 한다"며 미국 중심의 경제, 안보 질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