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공개한 윤 대통령…부친 기억 담긴 책장 소개

대통령실 내 주요 장소 선봬…도어스테핑 무대도
국무회의장에선 앵커에 대통령 자리에 착석 권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녹화된 KBS 신년 대담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박종홍 노선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10시 한국방송공사(KBS)를 통해 방영된 신년 대담 중 용산 대통령실 내부를 처음 공개했다.

이날 대담은 윤 대통령이 진행자인 박정범 앵커를 대통령실 건물 입구에서 마중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녹화는 지난 4일 진행됐으며 용산시대를 연 집무실을 국민에게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집무실 등에서 촬영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눈 뒤 과거 출입기자단과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진행한 곳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이 2022년 11월 이후로 중단된 것과 관련해 "각 부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며 "대통령과 국민 사이 메시지 소통에도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어서 한 60회까지 하고 일단 중단했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리는 책상을 소개하고 집무실 한편에 세워진 120대 국정과제가 적힌 표를 선보였다.

윤 대통령은 "늘 미진한 것을 파악하기 위해 갖다 놨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KBS 신년 대담을 마친 후 박장범 KBS 앵커에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팻말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 명패도 화면에 잡혔다. 해당 문구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재임 때 자주 사용하던 경구다.

윤 대통령은 "제가 이 문구를 평소에 좋아했다"며 명패를 직접 들어보이기도 했다.

집무실에는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생전 50년 이상 사용한 책장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부친이 작고한 뒤 집무실에 가져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버지께서 한국 경제 불평등에 대한 통계 분석에 관심을 많이 가지셨다"고 회상했다. 또 부친이 직접 번역한 '페티의 경제학' 책을 꺼내며 "번역하시다가 황반변성이 와서 수술도 두 번 하시고 고생하셨다"고 일화를 들려줬다.

윤 대통령은 부친 책장을 둔 이유를 묻는 말에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었다"며 "시장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고 시장 시스템을 통해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새기고 일하기 위해 갖다 놓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KBS 신년 대담을 마친 후 박장범 KBS 앵커에게 집무실 책장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국무회의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박 앵커에게 대통령 자리에 앉아볼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박 앵커와 청사 내부를 둘러보면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것과 관련해 "수석비서관, 행정관들이 아주 일하기 편하다고 한다"며 "대신 제가 보고를 많이 받아야 해서 일하기 힘들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복도에 걸린 사우디 국빈 방문,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늘봄학교 현장 방문 사진을 박 앵커와 함께 살펴봤다. 윤 대통령이 초등학생일 때 부친과 여행을 갔던 흑백사진도 있었다.

또 윈스턴 처칠 연설문 모음집, 코페르니쿠스 천문학 저서 모음집 등 해외 순방 때 각국 정상에게 받은 선물을 소개했다.

대담 마지막에는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사진 앞에서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나'는 질문에 "어린이를 많이 아낀 따뜻한 대통령,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00분 분량으로 방송된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경제와 남북관계, 외교 등 주요 현안을 다뤘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