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특사' 발자취 쫓은 윤 대통령 "열사 정신 가슴에 새길 것"(종합2보)

116년 전 헤이그 특사 파견된 리더잘…윤 대통령, 미술관 취소하고 방문
윤 대통령, 뤼터 총리에 "한국에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 설명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헤이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헤이그 리더잘(Ridderzaal)과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애쓰신 순국선열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리더잘을 방문해 만국평화회의 관련 전시물을 참관하고,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리더잘과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모두 처음이다.

'기사의 전당'(Hall of Knights)을 뜻하는 리더잘은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장소로, 당시 고종은 '헤이그 특사'(이준·이상설·이위종)를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했다.

'을사늑약'은 1905년 11월17일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 박탈한 불평등조약이다. 헤이그 특사는 천신만고 끝에 회의장까지 도달했으나, 일제의 끈질긴 방해로 결국 입장하지 못했다. 이준 특사는 회의 참석이 거부되자 장외 외교투쟁을 벌였고, 그해 7월14일 순국했다.

윤 대통령은 리더잘을 둘러보면서 뤼터 총리에게 "고종 황제가 이상설, 이준, 이위종 3인의 헤이그 특사를 파견해 대한제국의 주권 회복을 호소하고자 했던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으로 한국에게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뤼터 총리와 단독 회담을 가진 후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순방 직전 이를 취소하고 리더잘로 행선지를 바꿨다. 116년 만에 최약소국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성장한 한국의 위상을 알리겠단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특히 리더잘은 현재 개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일반인 공개가 금지됐는데, 네덜란드 정부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리더잘이 대한민국의 주권회복 역사에 있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번 방문을 주선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리더잘에서 뤼터 총리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이준 열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은 이준 열사가 순국한 헤이그 드용 호텔에 설립됐으며, 사단법인 이준 아카데미가 1995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준 열사 기념관에 처음으로 방문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자유, 정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열사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준 열사의 애국정신과 평화를 향한 숭고한 뜻을 알리는 노력을 정부도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