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아픔 외면 않겠다"…원폭 피해자와 약속 지켜(종합)
청와대 영빈관서 추석 오찬…"아픔 외면 않겠다"
동포들 "핵무기는 악몽…비핵화 지지"
- 나연준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추석을 맞아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를 입은 동포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동포들은 약속을 지켜준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오찬간담회에 재일동포 42명, 국내 거주자 43명 등 총 85명의 원폭 피해 동포를 초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과 만나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초청을 통해 그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협력하면서 역내,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우리 동포를 잘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통해 여러분과 후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답사에 나선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5월 히로시마에서 대통령님께서는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늦어서 송구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자신의 꿈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라고도 밝혔다. 권 위원장은 "저희에게 핵무기는 악몽이다. 최근 그 악몽 같은 핵무기가 한반도에 다시 등장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히로시마로 돌아가서도 우리 정부의 평화, 비핵화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오찬에서 유영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사무국장은 78년 동안 소외돼 있던 피해자들을 초대해 준 것에 감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김화자 전 민단부인회 히로시마현 본부 부회장은 그동안 피폭 1세대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 부부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에 감사를 전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삼색전, 전통잡채, 전복찜, 떡갈비 구이, 소고기 무국, 약과, 송편, 식혜 등 한상차림으로 동포들이 고국의 추석 명절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오찬장에서는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의 가야금 3중주, 부채춤 그리고 아리랑 등 경기민요로 구성된 추석 풍류 공연과 바리톤 김동규의 그리운 금강산 등의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은 떠나기 전 동포들에게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모국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고향의 가을 정취도 즐기기를 바란다"고 인사했고, 동포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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