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만난 尹 "문화적 기초 보장은 자유·연대의 핵심"(종합2보)
가족센터 방문…아이 무릎에 앉히고 동화책 '공룡똥' 같이 읽어
중도입국 학생들에 "국민학교 때 받아쓰기 10점…어려워도 포기말라"
- 유새슬 기자, 이호승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이호승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외국에서 중도 입국한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 수업을 참관하고 "이 아이들이 국적과 상관없이 한국과 세계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경제적·문화적 기초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가족센터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다문화 학생들과 대화한 뒤 이어진 소외·취약 가족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구로구 가족센터는 다문화 가족의 한국 사회 정착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곳으로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공동육아나눔터', 외국에서 중도입국한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 '움틈학교' 등으로 구성돼있다.
윤 대통령은 먼저 '공동육아나눔터'에서 8세 미만 어린이 8명과 함께 '공룡똥'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을 읽었다.
한 아이를 자신의 왼쪽 무릎에 앉힌 윤 대통령은 센터장이 동화책을 소리 내 읽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윤 대통령이 마스크 위로 손을 대며 코를 막는 시늉을 하자 이 모습을 따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움틈학교'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중국 학생 10명과 베트남 학생 1명이 국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수업이 끝난 뒤 교사가 "대통령님께 궁금한 것 있는 사람"하고 묻자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윤 대통령은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셨어요?'라는 질문에 "국민학교(초등학교) 처음 입학해서는 아주 못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받아쓰기 시험을 하면 100점 만점에 10점도 받고, 시험 보면 1번 문제가 더하기면 (다른 문제도) 다 더하기로 풀어버렸다"며 "선생님이 어머니를 학교에 오시라고 해서 '아이가 너무 조심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걱정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셨기 때문에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뭘 제대로 배운 게 없었다. 학교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며 "조금씩 나아져서 성적이 조금씩 올랐다"고 했다.
한 학생이 '운동은 뭐 좋아해요?'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축구를 많이 했다. 학교 갈 때 축구공을 차면서 갔다"며 "책상 밑에 축구공 넣고 선생님이 수업하면 축구공에 발을 얹어놓기도 하고 발장난도 해가면서 선생님한테 혼도 나고 그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며 "질문해봐"라고 했고 그 학생이 "무슨 간식 좋아해요"라고 묻자 "빵 많이 먹었다. 단팥빵, 소보로(곰보빵), 크림빵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어려운데 열심히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한국어 실력이 확 는다. 그러니까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라"며 "글씨를 다 잘 쓴다"고 학생들을 칭찬했다.
윤 대통령은 가족센터 관계자 및 다문화, 한부모, 장애인 가족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서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또 우리 세계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갈 정말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라며 "국적이 어디 있냐와 상관없고 우리 한국과 세계의 모두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아이들을 우리가 키워나가는 데 있어서 부모가 역할을 다하기 어려운 부분은 부모를 도와드려서 국가가 정말 큰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해야 되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센터가 아이와 부모,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가정을 타깃으로 해서 도운다는 게 참 의미 있고 아주 훌륭한 방향"이라며 "가족과 가정을 정책 타깃으로 삼아서 이렇게 하는 것 보니까 '참 국가 예산이나 지원이 현장에서 그래도 제대로 방향을 잡아서 운영이 되고 있구나'하고 느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저소득 한부모 가족 및 청소년 부모 아동양육비 △다문화 가족 자녀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예산 긴축이 중요해도 서민과 약자를 위해 정부가 써야 할 돈은 확실하게 집행하고 꼼꼼하게 챙기겠다"며 “경제적·문화적 기초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어린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면서 인생 설계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한글공부와 방과 후 지도까지 조목조목 살펴서 부족한 것이 없도록 채워나가겠다"며 "어떤 정책을 시행하든 그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을 자주 만나서 의견을 듣고 공감을 해야 더 좋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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