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안 갖고 대국민사과…흉탄에 부모 잃어 가족 심정 통감"

"희생 헛되지 않게 하겠다… '국가 개조' 전력"
종교 지도자 만나 "국가적 재난 땐 여러분 위로가 소중한 힘"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4.5.2/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figure>박근혜 대통령은 2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추가 대국민 사과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꼭 이번 기회에 단단히 마음을 잡고 (국가를) 개조(改造)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비롯해 국내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함께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인사말에서 "이번 사고를 수습하면서 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해 절감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실종자를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또 대안을 갖고 국민들께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세월호 관련 사과 입장 표명에 이어,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시 한 번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히고, 또 정부 차원의 유사 사고 재발 방지책 등의 후속 조치도 함께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관련 사과 입장을 표명하면서 '간접 사과' 등의 비판에 휘말렸고,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 또한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나도 부모님을 다 흉탄에 잃어 가족을 잃은 마음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통감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 (희생자) 가족들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어떻게 위로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저 아픔은 어떤 말로도 견디기가 힘들다"면서 "나도 사실 희망과 삶을 다 포기할 정도로 아주 바닥까지 내려갔었는데, 저 가족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거듭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실종자) 시신을 수습한 가족도 있지만, 아직 생사조차도 모르며 불안해하는 가족이 지금 남아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있던) 자리가 듬성듬성 비다 보니까 더 심정이 참담할 것 같다"면서 "그래서 실종자 가족 한 분 한 분에게 공무원을 붙여 모든 과정을 안내해주고, 연락도 대신 해주라고 했는데, 그렇다 해도 그 분위기는 굉장히 허전하고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래서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 어떤 필요한 게 있는지 (알아보고 지원하는) 노력을 더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원인)의 단계별로 책임자들이 무책임하고, 비리에 눈을 감고, 재물을 더 탐내고 한 게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것을 다 규명해야 하고, 다른 부분에도 (그런 게) 있다면 이번에 (그것도) 전부 규명해서 우리 사회가 썩은 부분, 잘못 가고 있는 것을 앞으로 해결하고 재난대응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려니까 선뜻 먼저 국민께 나서서 할 수가 없다"며 "그냥 한다는 것은 의미가 감소돼서 그런 규명이 100%는 안 되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고, 이건 이렇게 하려고 한다'는 대안을 갖고 다시 대국민사과도 하고, 그 대안도 말씀드리고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엔 재난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잘못된 관행들, 그것을 그냥 넘어갔던데 따른 무책임과 뿌리 깊은 비리 등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면서 "그게 상당히 힘든 일이고, (그런 관행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 일이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해서 우리가 새로운 나라로, 잘못된 것을 드러내고 부정 없는 나라로 나가자고 하는데 (종교 지도자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고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일은 국민이 같이 힘을 모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 여러분이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는 데 모두 힘을 모으자'고 잘 이끌어주길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 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으로 모든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을 땐 무엇보다 종교계 지도자 여러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용기를 주시는 말씀과 위로가 가장 소중한 힘이 된다. 거기서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도 나올 수 있다"며 "(사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앞으로도 큰 힘이 돼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종교 지도자들은 "모든 종교계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지혜를 화합으로 모으고, 서로를 위로하는 너그러움으로 아픔 있는 많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되찾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또 박 대통령에게 "사회의 아픔을 공유하고 문제들을 반성해 개선해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관행이 아니라 올바름과 소신으로 일하는 사회가 되도록 강력히 개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이는 국민 행복과 나라 번영을 이끄는 중요한 토대이기에 종교계 역시 적극 협력하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더 불안해하지 않도록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정부가 성의를 다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그런 새로운 제도와 정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참회하고 반성하고 잘못된 것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민이나 모든 공직자들이 이 기회에 변화해 나가면 장기적으로 국가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엔 불교계에선 자승 스님과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회장인 돈관 스님이, 기독교에선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김삼환 목사(한국교회희망봉사단 대표회장)가, 천주교에선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와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가 참석했다.

또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과 서정기 성균관장, 박남수 천도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청와대에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