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는 선물 조장, 야당은 정쟁 몰이…민생은 어디에 [기자의눈]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논란이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카드뉴스 때문이다.
권익위는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직무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는 100만 원까지 선물도 가능하다" "공직자인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이란 내용을 게시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권익위의 설명에는 틀린 게 없다. 다만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명절에 이런 홍보를 하는 건 '선물 조장'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정치인들은 늘 그렇듯, 이번 상황도 정쟁으로 몰고 갔다. 다만 결이 달랐다. '배우자'에게 금액 제한 없이 선물이 가능하다는 것에 주목하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고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을 무력화하더라도 김건희 여사의 무혐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싶은 것 아닌가"라며 "이제 공직자에게 직접 선물하면 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공직자 배우자에게 우회해 주는 것은 무제한 허용된다"고 비판했다.
권익위가 최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결정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권익위를 향해 "해체 여부가 논의될 것 같다" "김 여사에게 주는 선물엔 금액 제한이 없다는 게 건희 권익위의 추석 메시지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쟁은 정치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그 정쟁이 국민을 향하지 않는다면 명분 없는 '개싸움'에 불과하다. 이번에도 명분 없는 정쟁을 펼치는 것 같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끼워맞추기 비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서 권익위는 2020년 12월 30일, 2022년 1월 14일, 2022년 8월 12일, 2022년 12월 28일에 전 최고위원이 지적한 내용이 담긴 '청탁금지법 선물 바로 알기' 카드뉴스를 게시했다. 모두 전 최고위원의 권익위원장 재임 기간에 올라왔다.
또한 전 최고위원은 2021년 8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공직자에게 1회에 100만 원, 연간 300만 원까지 선물이 가능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아서 부모님, 친지, 이웃들에게는 전혀 상관없이 선물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같은 달 권익위 유튜브에서도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권익위의 '선물 조장'을 비판하거나, 농축수산업계와 유통업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권익위의 홍보는 필요하다고 옹호했다면 어땠을까.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쟁만 일삼고 민생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바꾸는 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정부도, 국회도 이제는 달라질 때다. 특정 사안에 함몰돼 갈등을 반복하기보다, 민생의 안정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국민의 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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