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관' 합참의장 아닌 육군총장…기무사 계엄문건 참고?(종합)

사령관 박안수 육군총장, 전날 밤 11시부로 제1호 포고령 발령
예비역 장성 "지금 군복 벗는 게 명예롭고 군도 지키는 일" 충고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뉴스1 DB) 2024.12.3/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사령관에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된 배경이 주목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2018년 논란이 된 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의 '계엄문건'을 참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계엄사는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가 위치한 국방부 영내에 설치됐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의 계엄업무를 시행하기 위해 계엄사령부를 둔다.

계엄사령관으로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육사 46기)이 임명됐다. 박 총장은 10년 만에 부활한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으로서 서울 도심 시가행진을 직접 준비한 인물이다. 그는 전날 밤 11시부로 정치활동 금지 등 내용의 제1호 포고령을 냈다.

다만, 합동참모본부가 계엄 관련 업무를 맡고 관련 조직도 합참에 있기 때문에 계엄사령관은 합동참모의장이 맡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럼에도 김명수 합참의장(해군 대장·해사 43기)이 아닌 박 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이는 전군의 작전을 총지휘하면서 대북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게 합참의장의 역할인 반면, 육군총장은 작전라인에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계엄사 문건에도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업무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임명해야 한다"라며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라고 적혀있다.

계엄사령관은 계엄의 시행에 관해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다만, 전국을 계엄지역으로 하는 경우와 대통령이 직접 지휘·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또한,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이번 계엄지역은 대한민국 전역이다. 군사 행정·사법사무도 계엄사령관의 관장 대상이다.

아울러, 계엄지역의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특히, 비상계엄 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동원 또는 징발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군수로 제공할 물품의 조사·등록과 반출금지를 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계엄사령관은 비상계엄 지역에서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민의 재산을 파괴 또는 소각할 수 있다.

한편, 육군역사연구소장을 지낸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육사 40기)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보내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박안수 총장은 지금 군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잘 파악하기를 바란다"라면서 "박안수 총장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후 국가반역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박 총장을 향해 "지금 군복을 벗는 것이 본인에게 명예롭고 군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군의 지도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평생을 후회하면서 보낼지 잘 선택하기 바란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2시간 30여분 만인 이날 새벽 국회에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