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용기 KADIZ 진입…국방부 "불필요 긴장 조성" 항의(종합2보)

중·러 군용기 11대 진입·영공 침범은 없어…F-15·16 전투기 수십대 출격

러시아 TU-95 폭격기(위에서부터 시계방향)와 중국 H-6 폭격기,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국방부가 29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과 관련해 주한 중국·러시아 국방무관에게 유선으로 항의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촉구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시 53분까지 4시간 20여분 동안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 등 모두 11대가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엔 각각 폭격기가 포함됐다.

이들 군용기는 동해의 독도 동북방으로 진입해 남해 제주도 남방을 거쳐 중국 난징 방향으로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영공 침범은 없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위챗을 통해 "중·러가 연간 협력 계획에 근거해 이날 동해 관련 공역에서 9차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실시했다"라고 전했다.

우리 군은 F-15와 F-16 등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전술조치를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을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우경석 국방부 지역안보협력TF장(육군 준장)은 이날 오후 왕징궈 주한 중국 국방무관(육군 소장)과 니콜라이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 국방무관(공군 대령)에게 각각 유선으로 엄중히 항의하고, 양국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국방부는 이날 양국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러한 행동이 불필요하게 역내 긴장을 조성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했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각국이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식별함으로써 영공 침범을 방지하고자 임의로 설정한 구역으로서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외국 항공기가 각국 ADIZ에 진입할 땐 만일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당국 군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는 게 관례화돼 있다.

그러나 중·러 양국은 최근 수년간 연합 공중훈련 등을 이유로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도 중국과 러시아는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했다.

중·러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무단 진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올해 7월 30일엔 중국의 무인 정찰기 우전(WZ)-7 3대가 KADIZ에 진입하기도 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