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 심화 속 우크라 특사 곧 방한…'무기 지원' 요청 대응 묘안은

방공 시스템·미사일·폭탄 등 대규모 지원요구할 듯
전문가 "'조기 종전' 트럼프 보폭 맞춰야 할 때…신중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선으로 계속 진출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강도가 높아지고, 러시아의 '맞대응'도 강화된 가운데 곧 방한할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의 특사가 한국에 요구할 지원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정부 특사로 방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양국 정부는 특사의 방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페루·브라질 순방 일정이 끝나 이르면 내주 방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요구할 지원의 구체적 내용이다. 그는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형태의 방공 시스템 △포와 포탄 △드론과 전자전을 막을 기술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최근 미국이 우크라에 지원한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풀고 대인지뢰의 사용도 허용하는 등 물리적 지원의 강도를 높이는 점을 내세워 우리 측에도 긴밀한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포함된 '실효적·단계적 대응 조치' 시나리오를 구성했는데, 북한군의 전장 투입 여부가 무기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러시아 동부의 한 군사 훈련 시설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은 러시아 매체 아스트라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 ⓒ News1 김지완 기자

이후 한미 당국이 북한군의 전장 투입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무기 지원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의 정권 교체다. 재집권 시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빠르게 국정 기조를 수립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부도 무기 지원 여부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정부가 북한군의 파병 초기 단호한 입장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밝혔던 것과는 달리 관련 논의가 불거지는 것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트럼프의 재집권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교리'까지 변경하며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크라를 돕는 나라들까지 핵무기 사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자칫 전쟁이 다시 대규모로 확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전문가들은 전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이것이 우크라에 불리할 경우 우리 정부에 우크라에 대한 '무기 지원' 압박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의 강도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 다른 우방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를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우크라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정부의 곤혹스러운 상황의 중간 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무관하게 곧 트럼프 집권 2기를 상대해야 할 정부의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시나리오를 수정해 다른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사의 방한 때 이러한 맥락의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해제와 러시아의 핵교리 개정 등 변화된 안보 환경을 고려해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한-우크라 양측 간의 관심사안과 의향에 대한 1차적인 확인과 이와 관련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정부는 이젠 트럼프 행정부와 발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와서 우리 정부에게 구체적으로 살상무기를 지원해달라고 한들 현시점에서 심각하게 고려할 것 같지는 않다. 시기적으로 전략적인 입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