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전 경험 쌓는데…'국회 동의' 정쟁에 안보 위협 가중[기자의 눈]

해외파병업무훈령 바탕 '개인단위 파병'은 국회 동의 받지 않아

<자료사진> 2024.10.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특수부대 '폭풍군단'은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난 드론을 직접 운용해 보며 실전 경험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자들은 자폭 드론 공장에서 생산 기술을 익히며 외화벌이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우리에게 핵·미사일 못지않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이 어떤 역할을 맡고, 그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전장에서 무엇을 습득해 가는지는 우리 정부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정보들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모니터링단이나 참관단 또는 전황분석단 등의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에 우리 군인 등을 파견하려는 것이다. 이는 '군대'를 파병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야당은 "전쟁을 못해서 안달 났느냐"라며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단을 보내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란 헌법 60조 2항을 근거로 들면서다.

그러나 해외파병업무훈령 제4조 1·2는 부대단위 해외 파병은 국회 동의를 거쳐 이뤄지고, 개인단위 해외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의 정책결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외 파병의 규모와 성격 등에 따라 절차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이 훈령에 따르면 부대단위 파병은 UN, 지역안보기구, 특정국 등의 요청에 따라 UN 평화유지활동(PKO) 및 다국적군 평화유지활동, 국방교류협력활동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한 지휘체계를 갖춘 국군 부대를 해외로 파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수십 년간 비교적 큰 규모의 해외 파병이 이뤄졌다. 국군의 첫 파병인 베트남전을 비롯해 이라크 서희·제마·자이툰 부대, 아이티 단비 부대가 국회 동의를 얻어 파병된 사례다. 현재도 파병 중인 청해·아크·동명·한빛 부대는 매년 국회 동의를 얻어 파병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반면 개인단위 파병은 UN, 지역안보기구, 특정국 등의 요청에 따라 UN PKO 및 다국적군 평화유지활동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인 또는 군무원을 해외로 파견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1∼15명의 인원이 1~2개월간 해외로 나가는 것이 개인단위 파병으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을 앞둔 2003년에도 이를 근거로 국군 협조단 등이 국회 동의 없이 쿠웨이트에 파견 간 적이 있다. 이라크전에서 사용된 주요 전략과 전술, 교리 등을 참고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외국 무관 등 소규모 인력은 국방부 장관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시로 파견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개인단위 파병을 국방부 장관 혼자서만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안보실,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의 조율은 물론이고, 국방부 내에서 △개인단위 파병 필요성을 따진 뒤 △개인파병 심의위원회 심의·의결 △대상자 선발 △교육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단을 보내는 것은 미래에 한반도에서 벌어질 비상 상황에 대비해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 있는 정부대표단이 오는 4일쯤 귀국하면 그 결과를 보고받아, 모니터링단의 신속한 파견을 결정해야 한다.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모니터링단을 보내야 더 많은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 군 입장에선 적을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때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우리 군이 모니터링단조차 보내지 않아 북한군 정보 습득을 소홀히 한다면, 도대체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우려고 하는 것인지 야당에 묻고 싶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이 허상이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

pej86@news1.kr